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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에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외화증권은 자체적으로 상환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일본은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10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3~4년 내 끝내야 한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21일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석유화학 기업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시장성 차입 14조 원과 외화증권 2조 원은 기업들이 알아서 막아야 한다”며 “이 부분은 정부도 대책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장관은 유동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최소한 다음 달까지는 스스로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간 내 대출 지원이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김 장관은 또 “일본은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에 10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3~4년 안에 해야 한다”며 데드라인을 2029년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지난 십수 년간 각 기업들이 13조 원을 배당으로 챙겨갔고 이 중 대주주 몫이 7조 원가량 된다”며 “금융권에서 일부 업체에 굉장히 안 좋은 시각을 갖고 있으며 이는 망하는 길로 가는 신호”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가 받아간 배당 금액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석유화학 업계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금융 당국도 동참했다. 금융위는 이날 5대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채권은행단은 이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사업 재편 승인을 받은 석유화학 기업을 대상으로 자율협약을 우선 체결하기로 했다. 채권자의 75% 이상(채권액 기준)이 찬성한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석유화학 업계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금융권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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