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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말레이시아 기반 벤처캐피털(VC) 고비파트너스가 서울에 지사를 열고 한국 시장과의 접점을 늘린다. 동남아 시장 진출 잠재력을 가진 국내 주요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고 금융기관·대기업을 출자자로 모집하는 것이 목표다. 고비파트너스의 운용자산(AUM)은 20억 달러(약 2조 7378억 원) 규모로 아시아 VC 상위권 수준이다.
댄 총(사진) 고비파트너스 영업대표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창조적 기술이 넘치는 나라이고 동남아는 젊고 빠르면서도 사업을 대규모로 확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이 둘이 만나면 단순 교역을 넘어선 ‘혁신의 다리’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고비파트너스는 2002년 설립된 VC로 홍콩과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약 20억 달러의 AUM을 기반으로 동남아 등에서 12개의 지사를 운영하며 380여 곳의 초·중기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난달 말 한국지사를 개소하고 조직 구축에 나서고 있다. 총 대표는 싱가포르 소재 미디어 대기업 미디어콥(MediaCorp)의 투자 담당 부사장 출신이다.
고비파트너스는 국내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적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수준급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할 시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교를 놓으면 서로 ‘윈윈’이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서울에 지사를 열기 전 투자한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심플플래닛은 고비파트너스의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정부 할랄(이슬람 율법상 허용된) 음식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 현지 유통망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인구가 많은 시장에 안착했다.
국내 금융기관·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내 기업 다수는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기업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각종 리스크와 현지 전문 인력·조직 부재로 막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주저하는 실정이다. 고비파트너스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20여 년의 업력을 쌓아온 만큼 무한책임사원(GP·운용사)으로서 자금을 받아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총 대표는 “과거 GS샵을 유한책임사원(LP·출자자)로 유치한 ‘매그 1’ 펀드가 내부수익률(IRR) 30%를 달성했다”며 “동남아 유망 스타트업 대상 투자는 잠재 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비파트너스는 최근 △인공지능(AI) △푸드테크·기능성 소재 △디지털 헬스 △산업 솔루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에 다수 투자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VC 투자 트렌드가 단순히 지분을 사는 것을 넘어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돕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는 만큼 피투자 기업과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도 추진한다. 총 대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자금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두 지역간 협업을 촉진해 투자사 및 파트너로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한국과 동남아를 잇는 가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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