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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096770)의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대 5조 원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자산 유동화 거래에 메리츠증권이 5%대 금리를 들고 뛰어들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각축전으로 예상됐던 판이 흔들리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034730)이노베이션이 이날 진행한 5조 원 규모 자산 유동화 예비입찰에 메리츠증권이 참여했다. 이번 거래는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광양·파주·여주 등 5개 LNG 복합발전소와 일부 해외 광구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시장에서는 글로벌 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브룩필드의 2파전이 유력했다. 두 운용사는 지난해 말부터 SK 측과 교감하며 실사를 진행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메리츠증권이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메리츠증권은 5%대 금리를 제시하며 주가수익스와프(PRS) 구조를 제안했다. PRS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투자자와 교환하는 파생상품 계약이다. 자산을 직접 팔지 않고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최근 PRS의 회계 처리 방식은 변수다.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서 PRS를 사실상의 차입, 즉 부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파생상품으로 회계 처리하지만 만약 부채로 분류될 경우 기업의 부채비율이 상승해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SK그룹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들도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PRS를 활용한 자금 조달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제안이 매력적이지만 회계 처리 리스크를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성 높은 알짜 자산을 완전히 넘기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반면 KKR과 브룩필드는 자산 인수까지 염두에 둔 만큼 거래 종결의 안정성이 높고 회계 논란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한 곳을 단독으로 선정하기보다 복수의 투자자를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거래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각 후보가 제시한 조건의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KKR이나 브룩필드가 주도하고 메리츠증권이 일부 담보 대출을 맡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입찰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나올 전망이다. 최종 투자자가 정해지면 실사와 조건 협상을 거쳐 이르면 하반기 중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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