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1분기는 주요 기업의 매각이 주를 이뤘다면 2분기부터는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서 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기업이 많아졌다. 특히 글로벌 대형 거래가 심심찮게 나타나면서 기존 강자였던 회계법인 외에 외국계 투자은행이 자문 실적을 채갔다. 하반기에는 주요 사모펀드(PEF)가 대형 매물을 내놓는 한편, SK그룹 등 기존에 PEF에서 대형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상장 대신 상환이나 재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모펀드와 증권사 등 재무적 투자자의 역할이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리그테이블을 집계한 결과 올해 2분기까지 인수합병(M&A)거래는 누적 완료 기준 29조 9050억 원(225건)으로 1년전보다는 61%늘었지만 정점을 찍은 2023년 2분기(36조 5474억 원·230건)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PEF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워낙 거래가 없었기 때문에 올해 많아졌다고 느끼는 것”이라면서 “대선 이후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려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관세 타격에 대한 불안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는 삼성의 투자, LG·SK의 매각이 두드러졌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자문업계의 실적도 일부 외국계 증권사와 대형 회계법인 일부에 쏠렸다.
진행기준으로 보면 2분기 삼성전자의 플랙트그룹 인수에서 매도측을 담당한 UBS와 인수측을 도운 글로벌씨티마켓증권이 1~2위를 차지했다. UBS는 롯데그룹의 롯데렌탈 매각과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 교체를 자문하며 총 3건, 4조 5914억 원의 거래에 참여했다.
BOfA 증권 역시 LG화학의 수처리 사업부인 멤브레인 매각(1조 4000억 원) 과정에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를 도우며 오랜만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변동성이 있는 M&A 거래에서는 완료 기준 실적이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는 여전히 삼일PwC(8조 6335억 원·34건)와 삼정KPMG(2조6829억 원·15건)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압도적인 실적을 과시했다. 삼일은 SK그룹의 주요 매각 거래에서 해외 증권사를 제치고 거래를 성사 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SK스페셜티 매각(2조 7008억 원)·SK엔펄스 사업부 매각(3346억 원)에는 삼일이 있었다.
삼정은 현대위아 공작기계사업부 매각(3400억 원)을 도왔는데 업계에서는 현대제철 등 신규 투자 수요가 있는 현대차 그룹의 차기 거래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법률자문에서는 부동의 강자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진행과 완료 기준(7조6294억 원·30건)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김앤장은 크레프톤의 ADK홀딩스 인수(7031억 원) 어펄마캐피탈의 CEK인수(4000억 원)을 각각 도왔다. 2위는 광장과 세종의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완료 기준으로는 광장, 진행 기준으로는 세종이 차지했다.
상반기에는 중견 기업과 뷰티 관련 신진 기업들의 거래가 두드러졌다. 뷰티 산업의 경쟁력이 해외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투자다. 화장품 업계 M&A의 큰 손으로 떠오른 구다이글로벌은 서린컴퍼니를 6000억 원에 인수하는 동시에 추가 투자를 위해 총 80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케이앨엔파트너스의 마녀공장 인수나 VIG파트너스의 의료미용기기 비올 인수도 국내 미용업계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투자다.
하반기에는 SK그룹이 11번가와 SK온의 투자금 상환을 위해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의 유동화 등 다양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조원 규모의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 매각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유력한 상황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이 매각을 추진 중인 5조원 규모의 DIG에어가스 역시 글로벌 인프라기업인 에어리퀴드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