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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롤모델로 삼은 글로벌 가치투자사 오르비스인베스트먼트가 한국 증시에서 대규모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최근 급등한 금융주는 차익실현하고, 미래 성장성이 높은 반도체 관련주로 갈아타는 모습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르비스는 지난달 30일 키움증권(039490) 주식 8만3754주를 장내 매도했다. 자사주 소각 영향으로 지분율은 9.79%에서 9.86%로 소폭 상승했지만, 실제 보유 주식 수는 감소했다.
한국금융지주(071050)도 매도 대상이 됐다. 지난달 30일 지분율을 5.11%에서 4.8%로 낮췄다. 공시 의무가 있는 5% 아래로 지분을 줄인 것은 의미가 크다. 오르비스는 통상 5% 미만으로 지분율을 낮춘 뒤 남은 물량을 조용히 처분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현대엘리베이터(017800) 역시 정리 대상에 올랐다. 지난달 12일 보유 지분을 6.16%에서 4.99%로 축소했다.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화비전(489790)에는 베팅을 늘렸다. 5월 12일 지분율을 5.23%에서 6.41%로 확대했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출이 주효했다. 한화비전 자회사 한화세미텍이 HBM용 TC 본더 사업에 뛰어든 것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오르비스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시장이 외면한 저평가 기업을 발굴해 장기 보유하는 ‘역발상 투자’다. 한국은 오르비스가 오랫동안 주목해온 시장이다. KB금융, 신한금융 등 대형 금융주부터 중소형주까지 폭넓게 투자해왔다. 댄 브록클뱅크 오르비스 영국 대표는 올 1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영국 시장에서 가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단기 급등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금융 등 종목이 적정 가치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관세 압박에 주가 상승폭이 제한됐던 반도체 업종의 저평가 매력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오르비스의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평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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