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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의 마지막 남은 대형 매물로 여겨지는 롯데카드 인수자로 우리카드가 빠지면서 하나카드 등 기존 금융지주 계열의 하위권 카드사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몇 차례 매각전에서는 카드산업 생태계에 속해 있는 네이버·카카오도 물망에 올랐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형 정보통신(IT)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줄어들었고, 안정적인 대주주의 역할을 기대하는 금융당국의 분위기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하는 MBK파트너스는 매각 주관사 UBS를 통해 지난 2월부터 잠재적인 인수 후보 20여곳 이상에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는 네이버를 비롯해 카카오 등 간편결제·인터넷은행 등의 사업을 통해 연결고리가 있는 IT기업도 포함했다. MBK는 현재 홈플러스 사태 후유증으로 기존 국내 투자기업에 대한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롯데카드의 매각가를 2023년 희망했던 3조원에서 2조원 중반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인수후보들의 반응은 차가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는 과거 롯데카드 매각 당시 KB금융그룹과 손잡고 롯데카드 인수를 초기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페이는 현재 부동산플랫폼 ‘아실’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는 등 과거보다 소규모 투자로 전략을 선회했다.
카카오 역시 내부적으로 그동안 인수한 기업이나 투자유치한 지분 중 비수익 사업을 매각하고 투자자 교체에 나서는 만큼 대규모로 신규 인수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안팎의 전언이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신세계그룹과 쓱페이·스마일페이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과거 풍부한 유동성 시기에 높은 몸값을 주고 산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본업의 성장성은 크지만 역으로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카드업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곳은 기존 롯데카드의 경쟁자인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다. 특히 자난해 말 기준 현대카드가 신한카드를 누르고 카드업계 1위에 등극하면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일시불 기준)은 105조 1652억원으로 신한카드(99조 8715억 원)를 앞질렀다. 현대카드는 2023년까지만 해도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 뒤진 3위였지만 카드사 중에 유일하게 애플페이를 도입해 아이폰 사용자를 사로잡으며 결제액을 늘렸다.
그 뒤를 삼성카드(88조 5516억 원)와 KB국민카드(84조 5389억 원), 롯데카드(53조 5754억 원), NH농협카드(42조 7028억 원), 우리카드(38조 3512억 원), 하나카드(37조 3226억 원), BC카드(15조 5854억 원)가 이었다. 현대·신한·삼성카드의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이들이 대형 매물인 롯데카드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삼성카드는 M&A에 보수적이고, 신한카드는 이미 대형 M&A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중위권에서 주목받던 우리카드 역시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1조 5500억 원으로 동양·ABL을 인수했고, 지난해 포스증권, 2023년 우리벤처파트너스 인수로 종합금융그룹을 위한 실탄을 소비하면서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했다. 우리카드가 확보한 고객층이 롯데카드와 겹치는 점도 인수 매력을 반감시켰다. 결국 우리카드는 인수를 염두에 두고 사들였던 롯데카드 지분 20%를 내놓게 된 것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주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M&A 의욕이 남은 하나금융지주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22년 MBK가 매각을 추진했을때 예비입찰에 유일하게 참전했다가 포기했으며 현재는 초기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한다면 결제액 시장점유율 기준 업계 8위에서 2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하나카드의 IT 기능 내재화 정도는 다른 카드사보다 낮은 편인데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이 부분도 향상시킬 수 있다. 롯데카드의 100% 자회사인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이 카드업계 최초로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을 벌이는 점도 하나금융의 베트남 사업과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 반면 롯데카드의 실적이 하락 추세고 카드 수수료 인하 등 규제 환경 자체가 나빠 하나금융이 카드 인수전에 끝까지 참여할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금융이 카드사 외에 보험사 인수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점도 변수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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