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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BBB급 회사채 발행 '0'…PF사태 후 1년반 만에 최악

■비우량채 시장 급속 냉각
'투자적격 마지노선' BBB0 등급
홈플·롯데손보 사태로 자취 감춰
만기앞둔 이랜드월드 등 상환 압박
'BBB+' CJ CGV도 목표액 미달
우량채권 쏠림 현상 심화할 수도

  • 이덕연 기자
  • 2025-06-01 16:42:15
2분기 BBB급 회사채 발행 '0'…PF사태 후 1년반 만에 최악 [시그널]
국내 대기업이 다수 모여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연합뉴스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하는 가운데 일부 부실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비우량채권 시장이 급격히 냉각하고 있다. 우량과 비우량의 경계선에 있지만 투자 적격 등급으로 꾸준히 신규 발행을 이어온 ‘BBB0’급 회사채 발행량은 올 2분기 멈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자금이 경색된 2023년 4분기 이후 약 18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더라도 비우량채권에 대한 시장 신뢰는 꺾인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BBB0 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2023년 4분기 이후 약 1년 반 만에 0원을 기록할 예정이다. 통상 기업과 증권사는 회사채 발행 시점 한 달 전에 발행 물량과 조건을 확정하는데 5월 말까지 6월 발행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채 투자 적격 등급은 가장 높은 등급인 AAA부터 마지막 BBB 등급 등으로 나뉘는데 각 등급은 다시 셋으로 갈라져 BBB 등급에는 BBB+, BBB0, BBB-가 있다. BBB- 등급의 무보증 회사채 발행은 그동안 거의 없었기 때문에 BBB0은 사실상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아래에 있다. BBB0 등급 회사채는 코로나19 팬데믹이나 레고랜드 사태 때도 꾸준히 발행이 이뤄졌지만 올 2분기에는 발행을 계획한 기업이 없다.


BBB0 등급 회사채 발행이 자취를 감춘 원인으로 홈플러스 기업회생 및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불발 사태가 꼽힌다. 올 3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후 수천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채권 대부분은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줄었다.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의 유통금리 역시 최근 치솟으며 채권의 평가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채권은 가격과 이자율이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



2분기 BBB급 회사채 발행 '0'…PF사태 후 1년반 만에 최악 [시그널]


BBB0급 채권은 그동안 연 7% 안팎의 높은 금리를 제공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관련 리스크가 잇따라 부각되면서 비우량채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아예 제외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신용등급 BBB+의 CJ CGV는 지난달 22일 4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접수 금액이 100억 원에 그치며 목표 자금 모집에 실패했다. 이후 추가 청약에서도 20억 원만 들어오면서 나머지 280억 원은 주간 증권사가 인수했다.


한 단계 높은 BBB+급에서도 흥행에 실패하면서 BBB0급 기업은 자금 조달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보증 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그동안 꾸준히 BBB0급 채권을 발행해온 A기업은 최근 시장 악화에 따라 신규 채권 발행 시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미매각 사태가 나면 오히려 재무 상황에 대한 위기를 조장할 수 있어 아예 발행을 미루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부채자본시장(DCM) 부서 임원은 “홈플러스 사태 이후 채권 발행을 미루는 비우량 기업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문제는 과거 발행한 채권의 만기를 당장 앞둔 기업들이다. BBB0급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 중 앞으로 3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두산퓨얼셀·이랜드월드 등이다. 두산퓨얼셀은 6월과 8월 총 710억 원을 상환해야 하고 이랜드월드는 8월 400억 원 규모 채권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 중 두산퓨얼셀은 올 2분기 시장이 악화하기 전에 채권을 신규 발행했지만 이랜드월드는 새로 자금을 조달해 기존 채권을 갚아야 한다.


최근 생산·소비·수출의 ‘트리플 부진’으로 저성장 국면이 굳어지고 통화 당국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은 시장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 채권 매매가격 차익을 노린 수요가 유입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줄어든다. BBB급 회사채 발행 잔액은 현재 약 3조 원으로 신규 발행 시장 위축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각종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사모채 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나타난 건설사 연쇄 부도와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채권시장 내 경계감이 커졌다”며 “금리 인하 여력이 소진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량 기업과 비우량 기업 간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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