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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채권 할인보다 대출이 유리…삼성전자, 조달 창구 다변화로 비용 ‘뚝’

■4대 시중은행과 ‘10조 마통’
일정 한도 내 수시로 자금 빌려
매번 협상하는 매입외환과 대조
경영 불확실성에 재무전략 변화
20여년간 이어진 ‘무차입’ 포기

  • 심우일 기자·임진혁 기자
  • 2025-05-28 18:40:28
매출채권 할인보다 대출이 유리…삼성전자, 조달 창구 다변화로 비용 ‘뚝’


삼성전자는 20여 년 동안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1년을 마지막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 적이 없다. 이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사업 부문에서 매년 상당한 현금이 꾸준히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총 52조 4915억 원(별도 기준)에 달한다.


올 들어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4대 은행과 10조 원 안팎의 원화 포괄 약정을 체결한 것은 보다 유동적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한편 금융 조달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해석이다.


원화 포괄 약정의 특징은 일정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시설투자 같은 특정 사업 목적에 한해서만 집행이 가능한 일반 기업 대출에 비해 자금 융통성이 높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수조 원의 자금을 충당할 수 있어 일일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8일 “원화 포괄 약정은 대출 목적에 구애받지 않고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은행들도 대출 용도를 따지지 않을 정도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원화 포괄 약정을 집행해준다”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한다는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에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약 20조 원을 연 4.6%의 금리로 빌린 바 있다. 당시에도 현금 여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삼성전자 본사만 놓고 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조 9216억 원이나 됐고 해외 자회사까지 합치면 보유 현금은 49조 6807억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매입 외환 대신 대출을 받는 게 자금을 보다 부담 없이 조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원화 포괄 약정을 맺은 이유로 꼽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단기 자금을 조달할 때 매입 외환을 주로 활용해왔다. 매입 외환은 수출 업체가 수입 업체에 대한 매출채권을 은행에 매도해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수출 업체는 매출채권을 넘길 때 은행과 가격 조건을 협상하는데 은행이 요구하는 할인 폭이 크면 클수록 수출 업체의 부담은 커진다.


시중은행의 한 기업금융 임원은 “삼성전자의 자금 여건은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면서 “삼성전자가 매번 매입 외환을 진행하면서 번번이 협상판을 벌이는 것보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수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계에서는 이처럼 삼성전자가 재무 전략에 변화를 준 배경으로 경영 불확실성 확대를 꼽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가전을 비롯한 주력 사업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D램 매출 1위 자리를 33년 만에 SK하이닉스에 내줬다. 내부적으로는 TV 시장점유율 1위 수성 역시 위태롭다는 위기의식도 강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 루트를 다양화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현금을 포함해 회사의 유동성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 방식을 여러 곳으로 분산하면 리스크가 감소되는 측면이 있다”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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