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 인수를 완료한 후 8년 만에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추가 M&A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다음 M&A 후보로는 인공지능(AI)과 전장(차량 전자·전기 장비), 바이오·의료기기 분야 기술 기업이 꼽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6일(현지 시간) 프리미엄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B&W)를 보유한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를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 절차는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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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80억 달러에 인수한 하만은 인수 완료 첫해인 2017년 영업이익이 600억 원에 불과했지만 6년 만인 2023년 1조 1700억 원으로 훌쩍 뛰어오르며 ‘영업익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3000억 원으로 삼성전자의 든든한 실적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만은 이번 인수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전장용 오디오 시장 내 입지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마시모 오디오사업부가 보유한 데논과 마란츠 등 브랜드 역시 차량용 오디오 시장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일반용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 장악력도 높아진다.
삼성전자 모바일·TV·가전의 오디오 경쟁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하만 AKG, 하만카돈 등의 기술을 접목해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노트북, 무선 이어폰, 사운드바, 패밀리허브 등의 음질을 개선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M&A를 계기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음향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M&A가 삼성전자 초대형 M&A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3월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과 역량 확보는 지속적인 성장의 필수 조건”이라며 “올해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만의 마시모 오디오사업부 인수는 전장 경쟁력 강화와 오디오 업계 내 ‘빅딜’의 의미는 있지만 삼성전자 전체로 볼 때 사업 영역이나 금액 면에서 놀라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주총에서 언급한 ‘가시적 성과’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포스트 하만’에 필적할 M&A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는 전장과 의료기기다.
전장의 경우 통신·전력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가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 등 굴지의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업체를 M&A 대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전장 산업은 매년 고성장세를 보이는데 삼성이 관련 기업을 인수할 경우 새 엔진으로 삼는 한편 수조 원대 적자의 늪에 빠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가동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월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신사업 발굴’을 목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만들고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을 새 단장에 선임했다. 고 사장은 2008년 삼성 전략기획실 신사업팀 임원 등을 지내며 현재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든 창립 멤버다. 그가 삼성 바이오 사업에서 한 획을 그은 만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바이오·의료기기 분야 M&A도 나올 수 있다.
로봇과 AI 분야에 대한 투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로봇과 AI를 포함한 다양한 신사업 추진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추구한다”며 “특히 로봇 분야에서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자체 개발과 외부 파트너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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