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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던 롯데그룹의 물류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부진으로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5조 몸값의 DN솔루션즈가 상장 계획을 접은 지 불과 이틀 만이다. 고평가, 중복 상장 논란에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못했고 글로벌 관세전쟁 여파로 대형 종목에 대한 IPO 시장 투심이 냉랭해진 탓이다.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IPO ‘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DN솔루션즈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한 지 이틀 만에 코스피 IPO가 또 무산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신고서에서 “대내외 금융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 및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달 24~30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이달 8일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공모가 희망 가격 범위(밴드)는 1만 1500~1만 3500원(공모액 1718억∼2017억 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4789억~5622억 원이었다. DN솔루션즈와 비교하면 공모액과 시가총액 규모가 크지 않고, 이미 눈높이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공모액을 채울 만한 수요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IPO는 밴드 하단 미만으로 공모가를 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낮은 가격에라도 주문을 써내려는 기관 자체가 적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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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글로벌로지스 IPO는 수요예측 전부터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902억 원을 기록했고, 업계 2·3위를 놓고 경쟁하는 한진(002320)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1001억 원을 기록했다. 한진의 시가총액이 약 2800억 원 수준인데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밴드 하단에 공모가를 정하더라도 한진의 시가총액보다 1.7배 높다.
앞서 상장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모두 부진했다는 점도 부담을 키웠다. 롯데렌탈(089860)·롯데쇼핑(023530)·롯데이노베이트(286940)(옛 롯데정보통신) 등이 모두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또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모회사인 롯데지주(004990)가 이미 상장사라는 점, 공모액의 절반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사용된다는 점도 투자 매력도를 낮췄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 실패는 개별 종목이 지닌 투자 위험성에 대한 부담이 컸던 이유도 있지만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 대형급 IPO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등 대내외적인 정치·경제적 불안정성과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자금 투입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올 초 IPO를 재추진하려던 케이뱅크가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고, LG씨엔에스(064400)는 수요예측 당시 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주문을 거의 받지 못했다. 여기에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까지 상장을 철회하면서 당분간 IPO 한파 분위기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공모액이 1000억 원만 넘어가도 투자가들이 잘 들어오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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