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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이달 11일 법원에 총 2조 7000억 원 규모 채권자 목록을 제출하며 회생 절차에 본격 돌입했지만 추가로 내야 할 전자단기사채(ABSTB) 최종 투자자 명단이 여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회생 절차를 위해서는 채권 현황을 정확히 취합하고 변제 방식도 찾아야 하지만, 전단채 발행사인 신영증권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관련 절차가 고착 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법원 일정에 따라 채권자 신고를 이달 24일까지 추가로 받기로 하고 자체 시스템을 통해 채권자 명단과 금액 등을 취합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이를 통해 누락된 채권 관련 정보들을 재취합해 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는 아직 전단채 투자자들의 구체적인 정보가 들어오지 않고 있어 회사 내부에서도 적잖은 혼란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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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단채 투자자라고 주장하는 개인들이 하루에도 수십통씩 홈플러스에 전화하며 돈을 변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신영증권은 전단채를 상거래채권에 준하도록 하자는 관계자 협의에만 참석했을 뿐, 이외의 어떤 회생절차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에서 전단채 채권자는 신용카드 회사로만 표시돼 있어 실제 누가 얼마나 투자했는지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며 “회사에 전화하는 개인들이 진짜 최종 채권자인지 알 길이 없고 변제 방식과 회생 절차를 어떻게 할지도 정해지지 않아 신영증권 측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은 지난 수년 간 홈플러스의 물품 구매 카드채권을 유동화해 직접 전단채를 발행하고 외부에서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이중 지난해 12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미상환된 전단채 잔액은 4000억 원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특히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전인 2월 25일 마지막 발행 물량(820억 원)에 대해서는 사기성이 짙다고 보고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과 함께 홈플러스 측을 고소한 상태다.
IB 및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갑작스런 회생 절차 신청이 이런 갈등을 촉발하고 사회적 혼란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다만 수년 동안 홈플러스 전단채 발행을 주도하고 수수료를 챙긴 신영증권이 개인투자자를 등에 업고 사태를 키우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여의도 일각에선 신영증권이 이처럼 강하게 대응하는 이유에 대해 회사가 자체적으로 떠안은 전단채 물량이 상당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또 신영증권 오너일가의 재산 중 일부가 전단채에 투자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흘러나왔다. 다만 신영증권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전단채 미상환액 중 회사가 보유한 물량은 없다”며 “오너가 자금이 전단채에 물려 있다는 루머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발행사나 판매사를 제외하고 홈플러스에만 책임을 추궁하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최근 활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비대위를 움직이는 고위 간부(상황실장)는 해당 전단채 투자자가 아닌 것으로도 밝혀졌다. 이 간부는 과거 라임·옵티머스·이탈리아 헬스케어 등 금융투자업계에서 문제가 된 부실 펀드 때마다 비대위를 꾸리는데 일조하고, 판매사를 압박해 변제를 받아내는 과정의 핵심 인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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