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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난해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에 이어 개인투자자가 결집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상법 개정으로 이들에게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12일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딜리전트의 2025년 연간 행동주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전세계 기업 1028개 중 한국은 66개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대상이 돼 국가 기준 세 번째로 활발했다. 1위는 미국(592개), 2위는 일본(96개)이다.
미국은 기업 지배구조가 특정 오너보다는 펀드가 나눠들고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행동주의의 원조국가로 불린다. 일본은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주주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20년 가까이 이어오면서 최근 들어 해외 펀드들이 상장사 투자를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 해외 펀드보다는 얼라인파트너스·VIP자산운용·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국내 행동주의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시장을 형성해왔다. 딜리전트는 전세계 주목할 만한 10개 행동주의 펀드 중 얼라인파트너스를 꼽기도 했다.
2021년 설립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4년 만에 운용 자산(AUM)이 1조 원을 돌파했다. 얼라인은 2023년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창업자가 개인회사에 100억 원이 넘는 내부 거래로 수익을 뺏어갔다는 점을 끈질기게 지적했다. 결국 이수만 창업자가 최대주주에서 내려왔고, 얼라인파트너스의 투자펀드는 2023년 8월 누적 수익률이 27%까지 올랐다. 얼라인은 최근 솔루엠 지분 8.04%를 매입했고, 올 4월에는 덴티움 3대 주주에 올라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일반 자산운용사지만 ‘조용한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조용한 행동주의란 공시대상이 되지 않은 5% 미만의 지분을 확보해 대상 기업과 물밑 교섭을 통해 주주가치를 올리는 방식이다. 트러스톤은 1호에 이어 현재 조성중인 2호도 5000억 원에서 출발해 1조 원까지 규모를 키워갈 계획이다. 특히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펀드는 연기금·공제회 등 대형 기관투자자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행동주의가 투자업계의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러스톤은 최근 법원을 통해 태광산업(003240)에 제기한 교환사채(EB) 발행 금지 가처분이 기각됐지만 즉시 항고하고 본안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투자자가 액트 등 플랫폼을 통해 결집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펀드를 조성하는 게 아니라 분산된 소액주주의 지분을 3~5%까지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롯데그룹의 롯데렌탈 과정에서 제3자 유상증자가 기존 대주주에 유리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KG그룹에 대해서도 편법으로 경영을 승계하면서 KG모빌리티(003620) 등 상장 계열사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며 대통령실에 탄원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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