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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에 나섰던 대기업들이 합의 사항을 지키지 못하면서 투자를 단행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암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조만간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에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는 2023년 11번가 FI 지분 약 20%에 대한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포기했고 주주 간 계약에 따라 2년이 지난 올해 10월부터 재차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1번가 투자자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H&Q·국민연금·새마을금고)은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으나 가치가 떨어진 상황이어서 불발됐다.
문제는 상법 개정에 따라 주주에 대한 이사충실의무가 강화된 점이다. SK스퀘어 측이 2년 전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배경도 이사회의 배임 우려였던 만큼 이번에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CJ CGV의 자회사 CGI홀딩스에 투자했던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는 CGI홀딩스에 대한 강제 매각을 추진 중이다. CJ 측이 약정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원금 회수 방안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2019년 CJ는 FI 측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할 때 투자자가 기업 보유 지분까지 묶어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인 드래그얼롱(동반매도권)을 안전장치로 제공했다. 계약 당시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소수지분 투자자에게 경영권을 뺏길 리 없다는 암묵적인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업황 부진이 이어진 올 7월 CGV는 지분 인수를 포기했고 CJ는 MBK·미래에셋증권PE와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영화관 불황 속에 CGI홀딩스를 인수할 곳은 찾기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앤컴퍼니는 2021년 남양유업을 인수한 후 수년간 소송전에 시달려야 했다. 남양유업 오너였던 홍원식 회장 측이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돌연 매각을 번복하면서다. 법정 다툼은 한앤컴퍼니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 여파로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성장 전략은 처음부터 차질을 빚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PEF 업계와의 풋옵션 분쟁은 유명하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 2000억 원에 매입했지만 교보생명 상장이 불발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7년간의 국제 분쟁 끝에 어피니티는 손해를 감수하고 지분을 교보생명 측에 팔았지만 IMM PE는 법정 다툼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양측 간 소송전이 지속되면서 IMM PE의 투자금 회수 시점은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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