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공장 전경. 사진 제공=여천NCC

비우량 신용등급으로 분류되는 ‘BBB급’ 기업이 연이어 채권 발행 시장 시험대에 선다. 올 들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들어서고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조기상환에 실패한 데다 최근 여천NCC 사태가 터지며 비우량 등급 채권 투심은 금속히 냉각됐다. 악화된 시황 속에서 많게는 1000억 원 이상의 채권 발행에 나서는 비우량 등급 기업들의 성적에 따라 올 들어 악화일로를 걸어온 비우량채 시장의 회복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신용등급 BBB0), 이랜드월드(BBB0), 한진(BBB+), 케이카캐피탈(BBB0)은 8~9월 중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두산퓨얼셀은 이번달 19일 수요예측에 나서 27일 최대 800억 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이고, 이랜드월드는 증액 기준 500억 원 규모 채권 발행을 목표로 21일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한진은 다음달 2일 수요예측을 실시해 10일 최대 12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케이카캐피탈은 다음달 증액 기준 600억 원 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비우량채 대상 투심이 크게 냉각된 상황 속에서 공모채 발행에 도전한다. 올해 초 홈플러스가 이례적인 ‘선제적’ 기업회생 신청을 해 관련 채무 권리가 제한되고, 5월 롯데손해보험(A-)의 후순위채 콜옵션이 불발되면서 비우량 등급 채권을 향한 시장 신뢰는 급격히 떨어졌다. 6월 공모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롯데건설(A0)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500억 원까지 발행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기관 주문이 1건도 접수되지 않았고 이랜드월드·CJ CGV(A-)·JTBC(BBB0) 등도 미매각 사태를 면하지 못했다.

신용등급 A+ 이하를 가진 비우량채 기업은 계열사나 대주주에 재무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신용 평가 때도 이를 고려해 등급을 매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13일 두산퓨얼셀 회사채 신용등급을 평가하면서 두산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등급 세부단위(노치)를 ‘-’에서 ‘0’로 한 단계 높였다. 때문에 여천NCC 사태는 냉각된 비우량채 발행 시장을 더욱 경색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최근 발행 보고서에서 “여천NCC이슈로 인해 계열 지원가능성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비우량채 발행을 위해 채권 표면(쿠폰) 금리를 7%에 근접하게 올리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민간 채권 평가사가 책정한 고유 금리인 민평금리를 활용하는 대신 6%가 넘는 고정 금리를 제시해 투심을 잡을 계획이다. 트랜치(세부 상품)별로 보면 1년물은 6.6%, 1.5년물은 6.8%의 표면 금리를 제시해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인 BBB0급의 1년물 수익률은 5.0%, 1.5년물 수익률은 5.8% 수준이다. 이랜드월드는 올 2월 600억 원 조달을 목표로 공모채 시장에 나왔지만 전액이 미매각되는 사태를 맞았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시장 금리보다 100bp(1bp=0.01%포인트) 가량을 더하고도 목표액을 채우지 못한다면 비우량 크레딧(채권) 시장 회복은 당분간 바라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