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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가 추진하는 현대힘스(460930) 매각이 흥행 조짐을 보인다. 안정적인 조선 기자재 사업에 더해 ‘탈(脫)중국’ 수혜가 기대되는 항만 크레인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포함한 10여 곳이 넘는 원매자가 인수 의향을 내비치며 열띤 경쟁을 예고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힘스 매각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국내외 잠재적 원매자들을 상대로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태핑) 초기 작업에 착수했다. 아직 공식적인 투자안내서(티저레터) 발송 전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PE와 국내 유수 PE는 물론 기존 조선 업계와 신사업으로 조선업 진출을 꾀하는 일부 그룹사까지 총 10여 곳 이상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흥행의 배경에는 현대힘스의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힘스는 국내 1위 선박 블록 제작사로 HD한국조선해양이라는 확고한 수요처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항만 크레인 사업의 전망이 매우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만 크레인 사업은 미·중 갈등에 따른 반사 이익이 기대되는 분야다. 현재 전 세계 항만 크레인 시장은 상하이진화(上海振華)중공업으로 불리는 중국 기업 ZPMC가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크레인을 스파이 도구로 지목하고 교체에 나서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미국은 향후 5년간 200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산 크레인을 대체할 계획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힘스는 HD현대삼호에 항만 크레인 메인 구조물을 단독으로 납품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 5% 수준에 불과한 국산 항만 크레인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그 수혜가 현대힘스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항만 크레인 교체 및 신규 수요와 국내 신항만 국산화 기조에 따라 현대힘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힘스는 지난해 9월 전남 목포에 연간 최대 10기의 항만 크레인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했다. 향후 14대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만 크레인 사업 매출이 향후 현대힘스 전체 매출의 10~15%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힘스는 코스닥 상장사로 현재 시가총액은 약 6500억 원 수준이다. 최대주주인 제이앤PE는 지분 52.88%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높은 성장성을 고려해 100% 지분 기준 매각가를 최대 1조 원까지 거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HD한국조선해양(지분 20.89%)이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어 매각 측은 HD한국조선해양과 먼저 협상에 나서야 한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인수 의사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앤PE는 지난 2019년 HD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현대힘스 지분 75%를 1000억 원에 인수했다. 만약 1조 원에 매각이 성사될 경우, 제이앤PE는 약 4000억 원 이상의 차익을 거두며 성공적인 투자 회수 사례를 남기게 될 전망이다. 제이앤PE는 이미 배당과 구주매출, 자본재조정 등을 통해 투자 원금 1000억 원 이상을 회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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