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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필드자산운용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서울 국제금융센터(IFC) 통매각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대신 브룩필드는 펀드 지분을 일부 분할해 해외 기관에 매각하는 ‘셰어딜’ 방안과 함께 담보 대출 리파이낸싱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이행보증금 2000억 원 반환 소송 결론이 임박하면서 결과에 따라 매각 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IFC서울 인수 후보군인 크리에이트자산운용·ARA자산운용과의 매각 협상에서 수 개월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브룩필드는 IFC를 통째 매각하는 게 당분간 힘들다고 보고 시선을 해외의 세컨더리 시장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기존 펀드 출자자(LP)들의 자금 회수를 직접 돕기 위해 복수의 해외 기관투자가들과 접촉에 나섰다.
앞서 브룩필드는 지난해부터 서울 여의도 IFC의 오피스 빌딩 3개동과 IFC몰 등 총 4개 자산을 묶어 파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국내에 설립한 크리에이트운용, 일본계 ARA운용이 유력한 원매자로 나섰으나 가격 이견이 컸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은 최대 출자기관인 국민연금 등과 논의를 거쳐 3조 원대 초중반 가격으로 인수를 시도했다”며 “브룩필드는 최소 4조 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협상이 깨진 모양새”라고 말했다.
브룩필드는 셰어딜 매각 방안을 추진하면서도 담보 대출 리파이낸싱을 통한 자본재조정(리캡)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IFC 전체 가치를 약 4조 원으로 보고 2조 7000억 원 규모의 대출 리파이낸싱을 진행했는데, 최근 시중금리가 꾸준히 낮아진데다 IFC의 자산가치도 올라 전보다 나은 조건의 대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부동산 담당 임원은 “최근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이 매우 낮고 금리도 떨어지고 있어 자산 가치는 더 올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브룩필드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리파이낸싱이 충분히 가능한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자산 가치를 더 높게 평가 받아 대출을 일으키면 브룩필드 기존 펀드 수익자들은 자금을 추가로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브룩필드는 2016년 IFC 전체 자산을 2조 5500억 원에 인수하면서 1조 8000억 원의 대출을 일으켰다. 2019년 첫 리파이낸싱을 통해 약 4800억 원, 지난해 리파이낸싱을 통해 약 4700억 원을 추가로 회수했다. 또 IFC 자산 중 하나인 콘래드 서울 빌딩을 지난해 약 4000억 원을 받고 ARA운용에 매각하기도 했다.
한편 브룩필드가 미래에셋과 벌이고 있는 이행보증금 2000억 원 반환 소송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2022년 총 4조 1000억 원에 IFC 3개 오피스동과 IFC몰, 콘래드 서울 등 전체 자산 매매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당시 미래에셋이 자산 인수를 위해 설립하려던 리츠 설립이 당국에 의해 불허되면서 계약이 깨졌다. 양측은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를 통해 진행되는 보증금 반환 소송전에서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결과에 따라 브룩필드의 매각 전략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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