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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 순위 9대 그룹이 1년간 줄인 투자부동산이 2조 원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비핵심 자산 매각과 리밸런싱에 팔을 걷어붙였던 SK(034730)그룹이 전체의 94%에 해당하는 2조 995억 원을 처분했다.
15일 그룹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9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003550)·롯데지주(004990)·POSCO홀딩스(005490)·한화(000880)·HD현대(267250)·GS(078930)) 중 SK와 HD현대·GS·현대차(005380) 4곳의 투자부동산이 총 2조 2223억 원 순감했다. 9대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가 기준이다.
SK의 투자부동산 계정은 3조 939억 원에서 9943억 원으로 67% 급감했다. SK는 지난해 SK에너지 주유소 3개소를 약 260억 원에 매각했다. SK는 올해 추가적으로 28개소를 처분할 예정이고 이 중 6개소에 대해서는 이미 매매계약이 체결돼 연내 거래가 완료될 예정이다.
또 비핵심 계열사 매각에 따라 자연히 투자부동산 계정이 조정된 영향도 있다. SKC의 자회사 SK엔펄스는 지난해 한앤컴퍼니에 CMP패드사업부를 3346억 원에, SK네트웍스는 지난해 8월 SK렌터카를 어피티니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비핵심 계열사를 팔면서 거기에 포함된 부동산들이 제외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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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SK수처리센터(1조 1171억 원)와 SK C타워(2104억 원)를 SK리츠 자산으로 편입해 유동화하며 재무재표상 투자부동산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SK서린빌딩(1조 3123억 원), 종로타워(6832억 원), SK U타워(6255억 원) 등을 리츠로 보유해왔다. 포트폴리오 정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SK의 투자부동산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올해 1분기 SK스페셜티 지분 85%를 한앤코에 2조 6000억 원에 매각했고 SK실트론도 매각을 진행 중이다.
SK 외 다른 그룹사 중 HD현대의 투자부동산 규모는 2023년 말 기준 2859억 원에서 지난해 말 2589억 원으로 9% 감소했다. GS는 1조 4424억 원에서 1조 3513억 원으로 6% 금액을 줄였다. 현대차는 1461억 원에서 1421억 원으로 2% 축소했다.
투자부동산이 증가한 곳 중 POSCO홀딩스는 1조 6162억 원에서 1조 9558억 원으로 21% 올랐고 한화는 2조 9684억 원에서 3조 3145억 원으로 11% 상승했다. LG는 1조 2848억 원에서 1조 3177억 원으로 2% 늘었다. 삼성과 롯데지주는 감가상각분을 제외하면 전년과 같았다.
SK를 필두로 기업들의 비핵심 부동산 정리는 앞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등 다른 그룹들도 올해 들어 자산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대 2조 원 규모의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유동화 자산으로는 서울 노량진과 성수동·도봉구 등에 위치한 정비센터인 하이테크센터 부지가 고려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매각하려는 정비센터 등 사업목적의 일반 자산은 유형자산으로 회계 처리되기 때문에 투자부동산 계정상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부동산 계정에는 임대수익과 시세차익 목적 부동산만 포함된다.
그 밖에 LG그룹은 리츠 사업을 시작해 LG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유동화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HD현대는 HD현대오일뱅크가 보유한 45개 주유소 및 충전소 자산을 매각 중이다. 매각 대상 자산은 서울(6건), 경기(13건), 광역시(14건), 기타 지역(12건) 등 총 45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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