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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을 내 주식시장에 투자)’ 규모가 3년 만에 2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년 10개월 만에 코스피지수가 3200선을 넘어선 상황에서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며 빚투를 늘려가는 양상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1조 26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6월 15일(21조 1442억 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증시 상승세에 기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달 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 5144억 원이었으나 한 달 만에 약 2조 5000억 원이 불어났다. 이 대통령이 증시 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국회에서 상법 개정 통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이 이뤄지면서 빚투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투심’을 반영하듯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26.26포인트(0.83%) 오른 3202.03에 거래를 마쳐 3년 10개월 만에 3200을 돌파했다. 증시에서는 한국화장품(123690)(20.39%), 아모레퍼시픽(090430)(5.12%), 에이피알(278470)(4.75%) 등 화장품 업종(3.60%)과 케이카(381970)(6.68%), 현대차(005380)(4.33%), 기아(000270)(2.18%) 등 자동차 업종(3.29%)이 강세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대두되며 화장품 종목으로 자금이 쏠렸다. 자동차 업종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차량에 부과된 품목관세 인하를 요청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하이닉스(000660)는 1.87%(5500원) 오른 30만 원에 마감해 종가 기준 첫 ‘30만닉스’ 시대를 열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3200을 넘어선 만큼 단기적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트레이딩 측면에서 코스피지수의 3200 돌파 이후 변동성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며 “차익 실현, 과열 해소 과정 이후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관측에도 개인들의 빚투가 계속되는 것은 한국 증시가 추세적 상승세에 접어들었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대비 12% 상향한 3500포인트로 제시했다. 금리 인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더해 지배구조 개선, 인공지능(AI)·방산·정책 수혜주 등이 증시 상승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맥쿼리도 이날 “코스피지수의 4000포인트 도달은 ‘피크(정점)’가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개인들은 주로 AI·방산 종목에 빚을 내 투자했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1일(결제일 기준)까지 네이버(NAVER(035420))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4043억 원가량 늘어나면서 이 기간 순증 규모가 가장 컸다. 다음으로는 카카오(035720) 1918억 원, 현대로템(064350) 1877억 원, 한국전력(015760) 1195억 원, SK하이닉스 1014억 원 등이다.
시장에서는 빚투 규모 확대에 따라 증시 조정 시 반대매매(증권사가 고객의 동의 없이 해당 자산을 강제로 처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대매매는 주가 하락에 따라 투자자가 증권사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할 때 이뤄진다. 코스피지수가 61.99포인트(1.99%) 빠지며 조정을 겪던 이달 4일에는 반대매매 금액이 182억 원까지 늘어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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