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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와 2차전지 종목들에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다. 바이오와 2차전지는 실적·재무 지표 등 기업의 기초 체력보다는 성장성이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이다. 증시가 추세적 상승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바이오·2차전지 업종에 공매도가 집중된 것은 추가 상승 기대가 크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순보유 잔액이 가장 큰 종목은 셀트리온(068270)(6300억 원)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096770)(2940억 원), 포스코퓨처엠(003670)(2437억 원) 등도 순보유 잔액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2차전지 종목인 에코프로비엠(247540)(3821억 원), 에코프로(086520)(2344억 원)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HLB(028300)(2270억 원), 삼천당제약(000250)(1181억 원), 펩트론(087010)(1159억 원) 순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이란 투자자가 빌려서 매도한 주식(공매도) 중 아직 갚지 않은 주식의 평가 금액을 뜻한다. 순보유 잔액은 실제 공매도가 얼마만큼 이뤄졌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다. 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해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내는 매매 기법이다.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은 매수(롱)하고, 하락이 예상되는 자산은 매도(쇼트)하는 ‘롱쇼트 전략’의 대표 수단이다. 통상 위험 분산(헤지) 목적으로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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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셀트리온은 이날 5700원(3.31%) 상승한 17만 8000원에 마감했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5.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7.29%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의 2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셀트리온의 2분기 매출에 대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증가한 1조 27억 원, 영업이익은 234% 늘어난 2418억 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대비 4%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HLB의 경우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신약 승인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2차전지 종목들의 사업 전망도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감세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에 따라 전기차를 새로 구매하거나 빌릴 때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를 지원하고 중고차를 살 때는 한 대당 4000달러(약 540만 원)의 혜택을 주는 세액공제 제도는 10월부터 중단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지원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면서 전기차 기업의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잔액이 많은 종목을 중심으로 쇼트커버링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 했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을 일컫는다. 통상 주가가 하락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매수하거나, 주가가 상승할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매수하곤 한다. 공매도 종목들의 상승 흐름이 만들어지면 쇼트커버링까지 발생하며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셀트리온의 강세는 쇼트커버링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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