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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034730)그룹의 시가총액이 반년 만에 100조 원 넘게 불어나며 300조 원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증시가 고공 행진을 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불안마저 해소되자 SK하이닉스(000660)를 필두로 그룹사의 주가 급등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상장된 SK그룹 계열사 21개의 합산 시총은 308조 4092억 원으로 지난해 말(약 202조 4863억 원) 대비 52.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내 SK그룹의 시총 비중도 7.25%포인트 늘어난 16.03%로 나타났다.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특히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43.28% 급등하면서 시총이 200조 원을 넘어 213조 3047억 원까지 늘어났다. 코스피가 이날 1% 가까이 떨어지는 와중에 SK하이닉스는 2.45% 상승한 29만 3000원을 기록해 ‘30만닉스’에 가까워졌다.
지주사 주가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SK㈜ 주가는 계열사들의 호실적 전망과 더불어 최근 상법 개정 등 주주 환원 확대 기대가 맞물리며 이달 들어 24.31% 올랐고, 투자 지주회사 SK스퀘어도 63.24% 뛰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사업 개편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그룹은 현재 AI와 반도체 산업 두 축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 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을 개발·운영하는 신재생에너지 전문 기업 SK이터닉스(475150)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30% 넘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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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시가총액 300조 원 돌파에 가장 크게 기여한 계열사는 단연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의 시총은 올 들어서만 90조 원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는 삼성그룹 전체의 시총 증가분(약 71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달한다.
SK그룹은 펀더멘털을 입증한 하이닉스의 거침없는 질주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SK㈜와 SK스퀘어 등의 지주사 주가도 함께 급등했다. 그 결과 2023년 말 180조 5294억 원이던 그룹 시총은 308조 4092억 원까지 상승해 2위 자리를 공고히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000원(2.45%) 오른 29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래 산업인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최강 자리를 다지며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지난해 12월 30일(17만 3900원) 대비 68.49% 치솟았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과반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40%대 점유율을 기록 중인 삼성전자나 5% 안팎의 마이크론과 격차를 계속해서 벌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에도 AI 칩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 12단을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어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와 내년에 공급할 HBM에 대한 물량·가격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가 끈끈한 만큼 경쟁사가 진입하더라도 확실한 우위를 지키며 칩을 공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SK하이닉스는 20조 2712억 원의 매출과 8조 80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4분기에는 사상 최초로 10조 원 이상의 분기 영업이익을 거두며 올 한 해 36조 104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지난해 동기(23조 4676억 원) 대비 53.58% 증가한 수치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메모리 역사상 처음으로 D램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 2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분기 실적은 분기 영업이익 기준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4분기를 초과하며 다시 한번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과 최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거두며 AI 투자 수요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증권사들도 앞다퉈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다올투자증권는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29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엔비디아가 미국 관세 부과 우려와 대중 수출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월가 예상치를 한참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AI 반도체 투자 수요 감소 우려가 해소됐다”면서 “SK하이닉스는 HBM 사업에서 엔비디아와 궤를 같이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파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세에 관계 기업의 주가도 뛰고 있다. SK스퀘어의 주가는 이달 들어 17일 거래일 동안 63.24% 폭등했다. 지주사인 SK의 주가도 같은 기간 25% 가까이 상승했다.
SK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최대 주주로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거둘수록 배당 이익이 늘어난다. SK스퀘어가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실시하며 SK하이닉스와의 주가 괴리 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배당 등을 포함하면 SK스퀘어는 1조 2000억 원가량의 가용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대체로 상승 중이다. 지난해부터 사업 리밸런싱을 통해 고성능 반도체에 필수적인 유리기판 사업 역량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SKC의 주가는 이달 들어 약 33%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이터닉스(31.03%), SK아이이테크놀로지(28.57%), SK케미칼(27.18%) 등의 주가도 코스피 지수 상승률 대비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다만 바이오·2차전지 등 일부 계열사는 부진한 모습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은 올 들어 각각 -2.68%와 -17.2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 증시 호조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정유·화학 업황 부진과 2차전지 사업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올 들어 -10.45%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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