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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투자매매업 전문 금융기관(PD)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국고채 입찰 담합 혐의와 관련한 의견서 제출 기간을 두 달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PD사들은 공정위 심사 보고서에 대한 의견서 제출 기한을 당초 이달 27일에서 8월 27일까지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올 3월 10일 PD사 15곳에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 보고서를 전달받은 PD사들은 공정위 판단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 PD사 관계자는 “준비할 내용이 상당해 요청했다”면서 “혐의는 같지만 회사별로 상황이 달라 대응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PD사 관계자도 “공정위에 연기 요청을 한 상태이며 공정위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PD사들의 의견을 수용할 경우 제재 수위 결정을 위한 전원회의 개최가 미뤄지면서 최종 결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PD사들이 의견서 제출 기한을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은 공정위가 지적한 혐의로 인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소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PD사들은 공정위가 심사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부당이득 취득 규모와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고채 입찰 담합 혐의로 발생한 국고 손실액 규모를 제대로 산출하지 않은 채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4대 시중은행 역시 공정위에 의견서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은행들은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의견서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PD사 임원은 “심사 보고서를 받은 뒤 약 3개월밖에 시간이 없다 보니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눈치 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PD사 15곳이 국고채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정보를 교환하거나 담합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산정한 입찰 관련 매출액은 약 76조 원이며 매출액의 10~1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제재안이 확정되면 과징금은 약 7조~1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PD사들은 공정위가 실질 수익이 아닌 국고채 인수액 전체를 매출액으로 판단해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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