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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운영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SK(034730)쉴더스를 분할 매각하겠다는 전략을 검토하고 나섰다. EQT는 KB금융그룹 주선으로 3조 3000억 원 규모의 SK쉴더스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을 진행 중으로 셀다운(재매각) 과정에서 다양한 투자금 회수 전략을 공유하며 분할 매각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3조 3000억 원 규모의 SK쉴더스 리파이낸싱 주선사로 선정돼 2조 원은 은행·증권 등 계열사를 통해 자체 소화하고, 나머지 1조 3000억 원을 셀다운 중이다. 금리는 선순위대출 5.1%, 후순위대출 7.5%다.
리파이낸싱 초기만 해도 시장에서는 셀다운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 대부분이 셀다운 물량 인수에 회의적이라는 얘기가 돌며 자칫하면 1조 3000억 원 대부분을 KB금융그룹이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단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막상 셀다운이 본격화하자 예상 밖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단 전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다운 물량을 인수하겠다는 의사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며 “현재 140% 이상 초과 모집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SK쉴더스 셀다운을 두고 부정적 전망이 나왔던 건 매각 불투명성이 불거지면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안 산업은 안정적 수익이 장점이라지만, 꾸준한 설비 투자 등 매년 수익의 상당 부분을 자본적 지출(Capex)로 쓸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며 “SK쉴더스는 인수금융 규모까지 커지면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수익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적에는 EQT가 SK쉴더스 기업가치를 5조 원이라는 고가에 인수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SK쉴더스 실적은 EQT 인수 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EQT가 SK쉴더스를 인수했던 2022년 매출 1조 7928억 원에서 지난해 2조 47억 원으로 11.8% 증가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4152억 원에서 4574억 원으로 10.2% 늘었다.
그러나 이번 리파이낸싱으로 이자 비용이 줄어드는 점이 부각되며 셀다운 참여 기관이 늘었단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리파이낸싱이 완료되면 기존 인수금융으로 지출했던 이자 대비 연간 550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매각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분할 매각 가능성 등을 공유하며 시장 신뢰를 높였다. EQT와 KB금융그룹은 에쿼티 및 인수금융의 효과적인 엑시트 방안으로 사이버보안 부문 분리매각 시나리오 등을 심도있게 검토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물리보안 부문과 사이버보안 부문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SK쉴더스의 사이버보안 부문(옛 SK인포섹)이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성장성이 높고, 탄탄한 고객군도 확보하고 있어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이나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에 조(兆) 단위로 매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리보안 사업 부문 역시 국내 2위 사업자로서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어 동종 업계 경쟁사나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QT와 KB금융 측은 이와 같은 분할 매각 시나리오에 대해 “대상회사에 투자한 펀드는 EQT 인프라스트럭처 펀드로, 일반적인 바이아웃 펀드 대비 투자기간이 길고 향후 사이버보안 부문의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되어 단기간 내 분할 매각 계획은 없다”며 “지분 및 인수금융 투자자 모두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는 입장이다.
한편 9월 말로 예정됐던 SK스퀘어(402340) 차입금은 지난달 이미 지급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SK스퀘어는 2022년 EQT에 인수대금 성격으로 4500억 원을 빌려줬다. 만기는 9월 말로, 7%대 이자를 포함해 약 5000억 원을 상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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