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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공단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대한 출자 약정을 검토했으나 최종 취소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사태로 금융 당국이 MBK에 대한 행정적 제재를 준비하고 있어 출자 결정을 번복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이미 출자 약정을 맺은 일부 기관들은 이미 나간 투자금을 MBK가 몰취할 수 있는 계약 조건 때문에 취소 의사를 접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MBK파트너스와 관련해 출자를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7월 국내 사모 대체투자 부문 위탁운용사 선정 공모를 통해 MBK가 조성하는 10조 원 규모의 6호 블라인드펀드에 400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은 최종 출자 약정을 앞두고 공모 당시 MBK가 제출했던 제안서 내용과 현재 운용사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지금까지 사법 당국이나 금융 당국으로부터 기관 제재를 받은 이력이 없지만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형사 및 행정적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국내 기관출자가(LP)들은 보통 공모를 통해 블라인드펀드 출자 대상 운용사를 선정한 뒤 출자 약정을 맺는다. 이후 출자 약정을 맺은 펀드가 투자를 결정하고 출자금 납입(캐피털콜)을 요청하면 출자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위탁운용사를 선정한 후 아직 약정을 체결하지 않아 선정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연금과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등은 지난해 이미 약정을 맺었다. 다만 국민연금은 MBK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기관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 경우 출자를 취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MBK는 2023년 9월부터 6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기 시작해 여러 차례에 거쳐 자금 모집을 완료했다. 당시는 MBK 펀드의 인기가 치솟던 때여서 KB국민은행·우리은행 등 은행과 보험사 등이 서둘러 출자 확약을 완료했다. 이후 고려아연 분쟁과 홈플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일부 출자자들이 출자 철회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출자 철회 시 MBK가 기관투자가가 기존에 낸 투자금을 몰취할 수 있다’는 조항에 부담을 느껴 포기했다. 결국 이들 기관은 MBK의 고려아연 투자를 위해 약정한 출자금을 송금했다.
MBK 펀드에 출자한 기관투자가는 “고려아연 투자는 분쟁이 격화하며 투자 단가가 높아진 점을 이유로 철회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이는 위탁 운용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며 “홈플러스 사태의 쟁점인 전자단기사채 사기 논란은 MBK 관계자가 펀드매니저가 아닌 홈플러스의 경영진으로서 벌인 일이어서 운용사에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무원연금처럼 사태가 벌어진 후까지 출자 약정을 미루지 않는 한 기존에 약정을 마친 대부분의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출자를 철회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민간 금융기관은 수익성을 기준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철회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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