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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역상생리츠를 통해 서울의료원 부지 등 시유지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는 높은 토지가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인해 막대한 자금 동원 능력을 보유한 개발 주체를 찾기 어려워서다. 지역상생리츠는 해당 지역의 시민들로부터 공모를 받고 다양한 투자자들과 함께 자본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한 개의 시행사가 소규모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대출을 일으켜 개발 이익을 독식하는 기존 개발구조보다 안정성이 확보된다. 아울러 리츠에 참여한 시민들과 배당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공공개발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부지를 지역상생리츠를 통해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이어 서울의료원 부지 등 시유지 전체로 지역상생리츠를 통한 개발에 나서기 위한 것이다.
서울의료원 부지의 경우 토지 가격만 2조 원대로 추정된다. 2016년 매각에 실패한 이후 현재는 영동대로 지하화 공사를 위한 야적지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토지의 공공 보유 방식인 민자유치 방안과 함께 리츠를 활용한 개발도 검토 중”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역상생리츠를 통해 서울 시민들과 개발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적극 추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최근 잇단 시유지 매각에 실패하며 각종 개발 사업에서 난항을 겪어왔다. 서울 은평구의 국립보건원 부지는 4월 유찰됐고 상암 DMC 랜드마크 용지도 지난해 5월 매각에 실패했다.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5월 지역상생리츠법이 통과하면서 기존에 적용할 수 없었던 개발 방식이 생겨난 셈”이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포함해 서울시가 보유한 시유지를 대상으로 지역상생리츠를 적용할 수 있을지 면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상생리츠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우선 청약권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가 서울시 개발 사업일 경우 서울 시민은 다른 지역보다 먼저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지분을 갖게 된 서울 시민들은 리츠를 통해 건설되는 상업시설 등에서 배당도 받을 수 있다.
리츠를 활용한 공공개발 사례는 천안동남구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천안시는 천안동남구청 신청사를 짓기 위해 천안시가 보유한 시유지를 천안미드힐타운리츠에 현물 출자했다. 현물 출자를 통해 총 사업비 3321억 원 중 22%에 달하는 737억 원의 자본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주택도시기금 등에서 2584억 원을 차입해 사업비를 마련했다. 천안시는 토지를 제공한 대가로 동남구청사와 지식산업센터, 어린이회관 등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을 확보하게 됐다. 이와 관련 리츠협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리츠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서울시는 배당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주주로서 서울 시민을 위한 개발의 밑그림을 짜는 데 주도권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서울시와 지자체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리츠협회는 세제지원 등을 통해 리츠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 마련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리츠협회의 한 관계자는 “리츠는 배당을 해야 하는 만큼 수익성이 나지 않을 경우 투자자 모집이 어려울 수 있다”며 “적절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배당소득세 면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츠를 통한 개발의 경우 일반 PF 구조 방식의 시행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대형 시행사들의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수익률 확보를 위한 구조적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오는 11월 지역상생리츠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뿐 아니라 경기도 등 다양한 지자체를 만나며 시행령을 통해 세부적인 사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 개발, 철도 지하화 등에도 지역상생리츠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상생리츠는 부동산 산업의 선진화뿐만 아니라 이익 공유 측면에서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법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 투자자 보호, 세제 혜택 등 보완점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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