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HD현대중공업(329180) 특수선사업부를 인수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 년 전 국내 한 사모펀드가 HD현대(267250)중공업 측을 만나 특수선사업부 매각을 요청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HD현대중공업도 우리 측 제안에 실제 초기 단계지만 검토를 했었다”며 “당시 LIG그룹, 한화(000880)그룹에 공동 인수를 요청한 바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딜(Deal)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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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 사모펀드, LIG·한화에 공동 인수 요청
HD현대중공업이 현재 회사 내에서도 촉망 받는 분야인 특수선사업부 매각을 진지하게 검토했는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전세계 조선업이 지난 몇년 간 부침을 겪어왔고 특수선사업부는 국내 방산 시장 이외에는 크게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매각은 회사 내 가능한 옵션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IB 업계는 추측했다.
실제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2023년까지 매년 실적이 하락하던 추세였다. 2021년 매출액 9612억 원, 영업이익 588억 원에서 2022년 매출액 7073억 원, 영업이익 464억 원으로 줄더니 2023년엔 매출액 4188억 원, 영업이익 186억 원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회사 주력이었던 상선 분야와 해양·플랜트 등 다수 사업부들도 실적이 좋지 않아 수천억 씩 적자를 보던 상황이었다. 회사가 미래를 위한 체력을 비축하려면 특수선사업부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는 것도 당시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IB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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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특수선, 실적 반전 시작…美 협력도 가시화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사업부는 지난해부터 드라마틱한 반전을 쓰고 있다. 2024년 연간 매출액은 1조1447억 원, 영업이익은 990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2.7배, 5.3배 급증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는 미국과의 협력도 가시화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군 함정에 대한 보수·수리·정비(MRO) 사업이 연간 20조 원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국방위원회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이 있다. 또 미국 예산국 신규 선박 건조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간 미 해군은 전투함 및 군수 지원함 등을 약 300척 건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 속 HD현대와 미 정부의 협력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7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향후 HD현대그룹이 미국 함정에 대한 MRO를 맡거나 직접 건조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존 필린 신임 미 해군성 장관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만났다. 존 필린 장관은 이곳에서 세계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 등을 건조하는 특수선 야드를 둘러본 뒤 “우수한 역량을 갖춘 조선소와 협력한다면 적시 유지·보수 활동이 가능해져 미 해군 함정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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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이제는 회사 핵심 사업부…절대 안팔 것”
특수선사업부의 실적이 저조하고 HD현대 그룹이 전반적으로 실적 부침을 겪고 있었을 2~3년 전 실제 매각이 단행됐다면 어땠을까. 인수에 주도적으로 나섰을 사모펀드는 공동 투자자로 나선 SI에 자신들의 지분을 재매각하고 큰 수익을 거둬갔을 것이란 분석이 따른다.
당시 공동 인수를 제안 받았다고 알려진 LIG그룹 입장에서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현재도 핵심 자회사 LIG넥스원(079550)이 유도무기 등 특정 방산 분야에서 세계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 사업 분야를 크게 넓히는 한편 한국 최대 방산 업체 중 한 곳으로 도약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IB 관계자는 “HD현대가 이제는 회사 내 핵심 사업부로 꼽히는 특수선사업부를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며 “LIG그룹이 사모펀드와 당시 함께 인수했다면 사모펀드는 큰 돈을 벌고 LIG그룹 역시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커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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