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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확산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 문제에 있지 않습니다. 투자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일 서울 신대방동 농심데이타시스템(NDS)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홍성완 NDS 전략사업본부 상무는 “축산물 이력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을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주체가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현재 그런 주체가 보이지 않아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NDS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블록체인 6대 시범사업 가운데 하나인 축산물 이력관리의 주관 기업이다. 당시에는 기존 이력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시범 사업을 했다. 올해는 전북에 있는 브랜드 경영체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브랜드 경영체는 특정 지역 농가와 위탁 계약을 맺고 그곳에서 생산된 소의 도축 및 가공, 유통까지 책임져 주는 회사다.
문제는 블록체인에 오프라인 데이터를 기록하는 과정이다. 이른바 ‘오라클 이슈’다. 오라클이란 블록체인 밖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내부로 들여오는 기술을 뜻한다. 블록체인에 기입된 정보가 처음부터 잘못된 데이터라면 식품 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의미가 사라진다. 블록체인 기술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 위해선 데이터를 입력하는 데 필요한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장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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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유통망에 참여하는 주요 관계자는 크게 4개 주체로 나뉠 수 있다. 농가, 도축장, 가공장, 그리고 대형 마트와 같은 리테일러다. 홍 상무는 “이 가운데 대규모로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곳은 리테일러나 브랜드 경영체”라며 그런데 이들이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반 이력관리에 돈을 투자하고, 그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여 보다 비싼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기업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홍 상무는 “정부와 협력해 하는 사업은 많이 하고 있지만, 그 외 민간 영역에선 블록체인 기반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고충은 블록체인으로 사업을 하려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왜 우리나라에선 월마트처럼 블록체인 기반 유통망 구축에 관심을 보이는 대형 마트가 없느냐고 묻자 홍 상무는 “결정적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월마트가 블록체인 식품 이력 추적 프로그램을 도입한 주요 계기는 지난해 초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서 발생한 대장균 사건이다. 당시 현지 질병관리당국은 애리조나 유마 지역 인근에서 재배된 양상추를 구매하지 말라고 소비자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월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양상추가 어디서 생산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홍 상무는 그러나 “시장이 형성되면 IoT 기기가 대량생산 돼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축산물 이력서비스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증, 더 나아가 전자상거래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군도 축산물 위주에서 가공식품까지 다변화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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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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