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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평가단이 연기금의 실제 환 전략과 배치되는 평가 기준을 시장 수익률에 적용하면서 벤치마크(시장 수익률 대비 성과) 수익률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200원 후반에서 1400원 후반까지 10%가 넘는 변동성을 보이며 기금 운용 과정에서 환 오픈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는데 시장 수익률에는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기금운용평가단과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연기금의 운용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시장 수익률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연기금이 사전에 세운 환 전략을 적용해 추산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1299원에서 1477원까지 13.70%가 올랐고 대부분의 연기금이 환 오픈을 선택했지만 시장 수익률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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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시장 수익률이 과소평가되면서 벤치마크 수익률은 과대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벤치마크 수익률은 기금 운용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 지표 중 하나로 실제 운용 수익률에서 시장 수익률을 차감한 값으로 계산된다. 시장 대비 수익률을 계산하면서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어떤 운용 성과를 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주식 투자를 통해 20%의 수익을 냈지만 기준이 되는 코스피지수가 25% 올랐다면 기금의 운용 성과는 -5%로 집계된다.
예컨대 사전에 투자자산에 대해 모두 환 헤지를 하기로 계획을 세운 후 환율 증가에 따라 모두 환 오픈 전략으로 변경할 경우 벤치마크 수익률은 더욱 높게 집계될 수밖에 없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해외 채권 분야에서 벤치마크 수익률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가단과 연구원이 시장 수익률을 이처럼 평가한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 것도 운용 성과 중 하나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초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환 전략을 수립했지만 시장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 것도 연기금의 역량이라는 설명이다. 평가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시장 수익률에 사전적으로 정의한 환 전략을 적용해 운용 성과를 평가할지, 아니면 변경된 환 전략을 반영해 정확한 수익률을 산출할 것인지는 판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벤치마크 수익률이 과대평가되면서 시장에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 헤지는 자산 운용의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평가단이 환 오픈에 높은 점수를 부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금운용평가단의 평가가 운용 전략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환 오픈을 유도하면서 향후 환 위험에 대해 보다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운용 성과에 따라 연기금의 성과급이 지급되는 만큼 보다 정확한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금 운용 평가를 통해 원화 가치 하락이 지속될 수 있으니 환 헤지를 하지 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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