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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2015년부터 10년 연속 이어온 국내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을 올해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홈플러스·고려아연 투자와 관련한 논란이 정치권과 사회 전반으로 번지면서 PEF 출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국내 PEF 출자를 하지 않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30일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출자 사업 공고를 내면서 벤처펀드 부문에서만 최대 6개 운용사에 대해 4000억 원 규모로 출자하겠다고 안내했다.
국민연금은 매년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출자 공고를 낼 때 PEF와 벤처펀드 양대 부문을 따로 두고 선발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PEF 출자 계획을 뺀 채 공고문을 냈다.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일정 상 연내 PEF 부문만 다시 출자 공고를 내는 것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IB업계는 국내 최대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논란이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다소 움츠러들게 만들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출자 사업에 선발된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면서 재계와 갈등을 빚은 것이 발단이 됐다는 평가다. 이 여파로 김광일 MBK 부회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민연금은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자 출자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올 들어 홈플러스가 회생에 돌입한 것도 파장을 키웠다. 2015년 MBK가 홈플러스 경영권을 최초 인수할 당시 국민연금도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약 6000억 원을 투자하며 참여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아직 해당 RCPS 투자 원금 전체를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여야의 다수 국회의원들은 국민연금에 관련 질의를 퍼부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0곳이 넘는 의원실에서 국민연금에 홈플러스 투자 실패 관련 질의서를 보냈다”면서 “최초 투자 배경부터 최근 사업이 망가진 원인, 구조조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등 질의 내용도 매우 폭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투자 실패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PEF에 출자를 한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PEF 출자가 재개되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연금은 2005년 국내 PEF에 첫 출자를 시작한 이래 거의 매년 PEF 위탁운용사를 선정해왔다. 특히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0년 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운용사를 선정했고 규모도 늘려왔다. 올 상반기엔 우수운용사 지위를 부여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수시 출자를 진행했으며 PEF 선정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는 등 관련 사업을 이어가려는 의지도 보여왔다.
단순 투자 실패나 사회적 논란 탓에 매년 해왔던 출자 사업 자체를 없애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출자한 수 많은 국내외 펀드 중 투자에 실패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면서 “최근 행동주의 노선을 걷는 국내 일부 자산운용사들도 국민연금으로부터 수천억 원씩 자금을 받아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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