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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인도 법인이 현지 증시 상장 과정에서 70조 원이 넘는 청약 자금을 받아내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대흥행을 거뒀다. 인도 기업공개(IPO) 역사상 청약 자금이 70조 원을 웃돈 것은 2008년 진행된 릴라이언스파워 IPO 이후 17년 만이다. 흥행 배경으로는 LG전자 인도 법인이 그동안 현지에서 구축한 브랜드 경쟁력과 이에 비해 낮은 공모 가격이 꼽힌다. LG전자는 이번 IPO로 1조 8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 신규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해외 주요 시장에서 입지를 쌓은 여타 국내 대기업들이 이번 사례를 참고해 현지법인 상장을 잇따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따르면 LG전자 인도 법인은 7~9일(현지 시간) 진행된 일반 청약에서 4조 4300억 루피(약 70조 8800억 원)에 달하는 청약 자금을 받아냈다. 이는 이번 IPO 공모 금액인 1조 7614억~1조 8584억 원의 약 40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동안 인도에서 최대 청약 자금이 몰린 기업은 2008년 약 114조 원을 접수한 현지 에너지 대기업 릴라이언스파워로, LG전자 인도 법인은 이후 17년 만에 인도 IPO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받은 기업이 됐다.
LG전자는 비슷한 시기 IPO를 진행한 현지·글로벌 대기업과 비교해서도 월등한 성적을 거뒀다. LG전자 인도 법인의 청약 배수(청약 주식 수를 공모 주식 수로 나눈 값)는 54.02배에 달했는데 하루 앞선 6일 청약 접수를 시작해 8일 마감한 타타캐피털의 청약 배수는 1.96배에 그쳤다. 최근 상장을 마무리한 인도생명보험공사(2.05배)나 위워크인디아(1.15배) IPO에 비해서도 많은 청약 수요가 몰렸다. 지난해 10월 IPO에서 약 4조 5000억 원을 조달한 현대차 인도 법인의 청약 배수는 2.37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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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흥행은 LG전자가 장기간 현지에서 구축한 브랜드 경쟁력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 공모 가격이 배경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면서도 인도 시장에서 △세탁기(시장점유율 33.5%) △냉장고(29.9%) △TV(27.5%) △에어컨(20.6%) 등 주요 제품군에 걸쳐 두 자릿수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LG전자 인도 법인이 이번 IPO에서 정한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는 25배로 비교군(피어 그룹)에 들었던 현지 가전 기업 하벨스인디아·볼타스·블루스타(PER 63~68배)와 월풀 인도 법인(40배)에 비해 현저히 낮다.
LG전자 인도 법인은 일반 청약에 앞서 6일 진행한 앵커(핵심) 투자자 대상 사전 청약에서 싱가포르 정부, 아부다비투자청(ADIA), 블랙록 등 글로벌 기관 자금을 유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지 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이 일반 청약에서도 상장 후 차익 실현을 기대하고 뭉칫돈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이번 IPO 흥행에 따라 공모가를 상단으로 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약 2조 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데, 이를 현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입하거나 본사 연구개발(R&D) 확대 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성공을 따라 해외 법인 상장을 시도하는 대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상증자나 자회사 IPO로 자금을 수혈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외 법인 신규 상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LG전자의 성공 사례를 다른 대기업들이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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