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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가 디시인사이드에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식대장’ 김유식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익명성 기반의 커뮤니티 정체성을 지킨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투자로 디시인사이드를 한국판 ‘레딧(Reddit)’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PE는 디시인사이드 운영사인 커뮤니티커넥트 지분 100%를 인수할 예정이다.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실사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 규모는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커뮤니티커넥트의 주인이 바뀌면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이 동요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실명제 전환으로 커뮤니티 정체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에이치PE가 중국계 자본이라는 의혹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에이치PE는 “국내 기관투자자로 이뤄진 순수 토종 펀드로 중국 자본과는 관계가 없다”며 “실명제 도입은 디시인사이드의 근간을 뒤흔드는 어리석은 결정이므로 커뮤니티의 자율성과 영향력을 그대로 보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내놨다. 창업자인 김 대표가 커뮤니티커넥트 경영을 계속해서 맡는다. 신규 투자를 기반으로 △서버 불안정 해결을 위한 인프라 대규모 증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애플리케이션 전면 리뉴얼 △AI 기반 콘텐츠 추천 및 검색 기능 고도화 방안 등 열악한 IT 인프라 개선을 약속했다.
에이치PE는 미국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의 성공 사례를 디시인사이드에서 재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레딧은 얼마 전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시가총액 60조 원을 달성했다. 두터운 이용자 층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운영사의 가치가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증명했다. 에이치PE는 디시인사이드 서비스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조 단위 기업가치를 달성할 계획이다. 디시인사이드는 국내에서 레딧과 같은 독점적 지위를 가졌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재원 부족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디시인사이드의 신규 서비스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에이치PE 피인수를 계기로 제2의 창업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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