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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이 애경산업(018250) 경영권을 인수한다. 최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큰 손으로 등장한 태광산업(003240)은 초반부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으며, 경쟁자들의 인수의지가 약해지면서 17년 만에 대형 딜을 눈앞에 뒀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태광산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다. 5일 기준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4294억 원으로 시가로는 2705억 원에 해당한다. 예비입찰과 본입찰에서 지분 100% 기준 6000억 원 이상, 거래 지분 기준으로 4000억 원 이상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티투프라이빗쿼티를 중심으로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이번 인수를 추진했다.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EP)는 한 차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최종적으로는 의미있는 제안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경쟁자인 폴캐피탈은 애초부터 제안한 가격이 낮았고, 가격을 올리길 원했던 애경그룹 측 의지에 부응하지 않았다.
태광산업은 본격 인수에 뛰어들기 수개월 전부터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삼일PwC 컨설팅을 통해 인수 후 통합 시너지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기존 중점 사업이던 섬유와 석유화학의 업황이 하락하고, 홈쇼핑 등 유통 사업 경험을 보유한 만큼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기업간거래(B2B)에서 소비자거래(B2C)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태광산업은 올 2분기 기준 유동자산 2조 7126억 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503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애경산업 이외에도 부동산 자산운용사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도전장을 냈고,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 인수 우협에도 선정됐다. 기존 사업 중에서는 중국 스판덱스 공장을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유동성 부족 상황에 놓였던 애경그룹도 애경산업에 앞서 지난달 중부CC매각을 완료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사업 강화 기회를 맞이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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