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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자산운용이 16일 롯데렌탈(089860) 이사회에 현재 추진 중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한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회사 측에 비공개 서한을 보냈으나 성과가 없자 이사회를 향해 압박의 수위를 재차 높인 것이다.
VIP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 과정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1조 원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자신들이 보유하지도 않은 특별결의 지분율을 어피니티에 고가에 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개월 전 어피니티가 동일 방식으로 락앤락 소액주주들을 강제 축출한 전례가 있는 만큼, 롯데렌탈 주주들에게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해 어피니티는 락앤락 소액주주를 강제 축출해 이 회사를 상장폐지 시킨 바 있다. 이번 롯데렌탈 유증이 완료되면 어피니티는 63.5%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율까지 합하면 67.7%를 확보하게 돼 특별결의(출석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를 강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VIP운용은 롯데렌탈의 최근 1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 에서 6600억 원이 넘는 수요가 몰린 점을 근거로 들며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부채를 통해 조달할 수 있다"며 "유증의 불가피성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어피니티가 지난해 SK렌터카 인수 당시 더 높은 부채비율에도 유증 대신 채권 발행을 택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번 결정을 단순 자금 조달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했다.
VIP운용은 현 롯데렌탈의 사외이사인 백복인 전 KT&G 대표이사, 박수경 듀오정보 대표이사, 유승원 고려대 교수, 최정욱 전 인천지방국게청장 등 롯데렌탈 사외이사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번 유증이 취소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번 사안은 단순 롯데렌탈의 문제가 아니라 상법 개정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VIP운용은 "이번 유증이 그대로 강행된다면 이사 개개인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주주와 시장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외이사의 존재 이유는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독립성과 전체 주주의 권리를 지켜내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소액주주 피해가 명확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이사회가 밀어붙인다면 '결국 법을 개정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냉소적 회의론이 시장 전반에 퍼질 것"이라며 "태광산업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을 중단시킨 김우진 사외이사처럼 롯데렌탈 사외이사들이 주주가치를 지키는 용기있는 선택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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