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 절차를 진행중인 홈플러스가 파산을 막기 위해 인가 전 M&A(인수·합병)에 나서기로 했다. 현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자신들의 출자금 2조5000억 원을 모두 포기하기로 하면서 이번 M&A 흥행을 위한 판을 깔았다.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될 후보들에겐 청산가치 3조7000억 원에 달하는 유통업계 공룡을 비교적 싼 값에 품을 수 있는 기회로도 평가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는 홈플러스의 새 최대주주가 누가 될 것인지를 두고 스터디에 돌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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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임대료 40% 절감, 적자 상당부분 메꿀 듯
이번 인가전 M&A는 홈플러스가 신주를 발행해 새로 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로써 홈플러스가 신주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은 기존 채권자들과의 채무 상환이나 회사의 미래를 위한 투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유통업계는 홈플러스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 오프라인 유통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 2만 명에 달하는 직고용 임직원과 강력한 노조가 있다는 점 등 여러 악조건을 거론하며 이번 인가 전 M&A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성공을 바라는 IB업계에선 상반된 시각도 존재한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홈플러스 경영 상태가 회생 절차 돌입 후 비용 절감 측면에서 다소 진전을 이뤘다고 보고 있다. 또 1년 전 홈플러스의 전국 보유 부동산 가치만 5조 원으로 평가됐던 만큼, 이를 고려하면 홈플러스를 노릴 기업들이 꽤 있을 것으로 보면서 컨설팅 준비에 나서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는 법원의 보호 아래 현재 임대해 사용중인 68개 매장 중 26개 매장의 연간 임대료 총액을 평균 33.6% 깎았다. 여기에서 연간 605억 원이 절감된다. 또 임대료 삭감에 동의하지 않는 임대인들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여기에서 연간 992억 원, 4년 내 총 11개 매장을 폐점키로 하면서 추가로 연간 388억 원을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임대료 감소분 전체를 합하면 지금보다 평균 약 40%나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여기에서만 현재의 연간 적자를 대부분 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과 채무 조정 협상만 잘 마무리되면 온라인·슈퍼마켓으로의 사업 전환을 통해 극적인 회생이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②GS(078930), 한때 익스프레스 분할 인수 검토
IB 전문가들은 홈플러스를 인수할 후보군으로 한화(000880)와 GS, 쿠팡 등을 우선 거론한다. 한화는 유통업 분야를 책임지게 될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총괄부사장이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M&A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를 품고 온라인 사업을 키우면 신세계·이마트나 롯데쇼핑에 필적할 유통 공룡으로 클 수 있다는 평가다.
GS그룹은 홈플러스가 지난해 슈퍼마켓 부문(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을 분할 매각하고자 했을 때 인수를 적극 고려했던 것으로 회자된다. 편의점 강자인 GS리테일(007070)이 국내 소매유통업에 밝은 만큼 향후 지역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할 최적의 후보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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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홈플러스가 전국 58곳에 보유한 자가 점포를 향후 더 활용도 높은 자산으로 전환할 수 후보로 평가된다. 쿠팡은 전국 수십 곳 물류센터 운영과 부동산 개발업에 풍부한 경험이 있다. 향후 홈플러스 부지 중 일부를 재개발해 도심형 물류센터나 다른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다만 쿠팡은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보도에 대해서는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이 밖에 국내 중견그룹사들 중 외부 M&A에 관심이 많은 네이버, 동원, 하림(136480), hy 등도 초기 검토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다. 만약 자금력이 부족하다면 국내외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연합군도 형성도 가능할 수 있다.
③인수가 예단 힘들어…메리츠 부채 조정 관건
관건은 가격이다. 아직 IB 전문가들 조차 홈플러스의 적정 인수가격이 얼마일지에 대해 쉽게 예단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최대 채권자이자 홈플러스 자가 점포 전체 담보권을 보유한 메리츠금융과의 부채 조정 협상이 남아 있다. 담보권자·채권자들이 보유한 채권액 중 총 얼마를 갚아주고 남겨둘지에 대한 판단도 다시 해야 한다. 인수 후보자마다 회사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따라 적정 기업가치 산정은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아무리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높고 체질 개선에 대한 밝은 가능성을 본다고 해도 무너져가는 거함을 고액에 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홈플러스는 2021회계연도부터 영업손실로 전환한 뒤수년 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높은 부동산 가치만 보고 덜컥 샀다가는 MBK나 메리츠처럼 큰 고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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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회생 절차 개시 전 조사보고서를 작성한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가 3년 뒤인 2028회계연도부터 영업이익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차료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익스프레스와 온라인 사업의 매출은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유통업에 밝은 기업이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되면 시너지를 찾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이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부실 기업으로 볼 것이냐,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인수가는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분명한 점은 현 청산가치인 3조7000억 원 고려시 폭탄 세일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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