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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이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콜마비앤에이치(200130)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앞당기기 위해 대표이사(CEO) 교체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윤 부회장의 친동생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측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산업계에 따르면 윤 부회장과 콜마홀딩스(024720)는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의 신임 CEO로 내정했다. 콜마홀딩스는 이달 2일 콜마비앤에이치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윤 부회장과 이 전 부사장 등 2명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올린 상태다.
현재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총 5명 체제다. 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오상민·소진수 사외이사와 두 남매의 아버지인 윤동한 창업주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사내이사는 윤 대표와 조영주 경영기획 총괄 상무가 맡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이번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2명이 향후 윤 부회장 등 홀딩스 측과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 2명 선임이 확정되면 이후 이사회를 열어 이 전 부사장을 CEO로 추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윤 대표는 공동 CEO가 돼 권한이 축소되거나 아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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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재편을 넘어 CEO 교체 강수까지 두려는 것은 실적이 추락하고 있어서다.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주로 하는 콜마비앤에이치는 2020년 매출액 6069억 원, 영업이익 1092억 원을 내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 6156억 원, 영업이익 246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4년 만에 4분의 1 토막 났다. 2020년 7만 원에 근접했던 주가도 이날 1만 4030원까지 내려왔다.
콜마홀딩스 측은 윤 대표가 2020년 CEO로 취임한 뒤 여러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영이 난맥상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회사가 다시 수익성을 높이려면 전문 CEO를 선임해 대대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하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CJ그룹을 거치면서 전문성과 리더십을 입증한 인물이라고 콜마홀딩스는 밝혔다.
반면 콜마비앤에이치 측은 이번 사건을 ‘남매간 분쟁’으로 규정하고 윤 부회장이 여동생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사모펀드(PEF) 등 우군 확보도 고려했으나 윤 부회장과의 지분율 차이가 워낙 커 쉽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주주,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윤 대표는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7.72%만 소유하고 있다.
이에 윤 대표는 아버지인 윤 회장의 중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윤 회장이 이번 사태로 격노했고 외부에서 CEO를 데려오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이에 이 전 부사장도 자진 사임할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한편 상법 전문가들은 법원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임시주총 개최를 허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에 따라 3% 이상 지분을 소유한 주주는 이사회에 주총 소집 요청 권한이 있고 이사회는 뚜렷한 명분이 없는 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콜마비앤에이치 정관은 이사의 수를 3인 이상으로 하고 사외이사는 이사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한다고만 정하고 있어 이번 사내이사 2명 신규 선임에도 큰 문제는 없는 상태다.
IB 업계 관계자는 “분쟁이 확전될 경우 윤 대표가 외부 자본 등과 손잡고 다양한 변칙 전략을 동원할 수도 있다”며 “임시주총과 이사회 등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변수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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