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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이 유럽 최대 주차장 및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인디고그룹의 지분을 세컨더리 딜(기존에 투자한 자산을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거래)을 통해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대체자산 투자 원금에 수익(프리미엄)을 붙여 해외로 매각한 첫 사례다.
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달 말 인디고그룹 보유 지분을 유럽 소재 인프라 전문 운용사 및 상업은행 4개 기관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 원금 대비 10%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하나증권이 회수한 금액은 1000억 원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나증권은 2019년 프랑스계 자산운용사 미로바(Mirova)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디고그룹 지분 15%를 인수했다. 인디고는 유럽 최대 주차장 관리 업체 중 하나로 전 세계 750개 도시에서 5000개 이상의 주차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수 당시 하나증권은 인디고그룹의 전통 주차장 인프라 외에도 전기차 충전, 공유 모빌리티 등 확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투자 금액은 수천억 원대로 국내 금융회사가 유럽의 주차장 및 개인 이동 수단 제공 업체에 투자한 첫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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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실적 악화로 해당 자산이 일시적으로 손상 처리되며 매각에 난항을 겪어왔다. 2022년부터 실적 회복세가 본격화되며 공정가치(Fair Value)를 회복한 뒤 2023년 팬데믹 이전 수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자 하나증권은 같은 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미국 투자자와 거래를 추진했으나 과세 이슈로 무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은 전략적 자산 운용을 통해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투자은행(IB) 강화를 내세우면서 최근 들어 IB 부문 수익성은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이다. 2020년 3851억 원이던 IB 손익은 2023년 166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지만 지난해 18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9% 늘어나며 상승 추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하됐던 수익성이 회복된 가운데 자산 건전성의 급격한 저하 위험이 크지 않다”며 1년 만에 하나증권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만 허용되는 초대형 IB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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