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산업에서 블록체인은 꼭 필요한 ‘절대적 도구’가 아닙니다. 블록체인은 산업을 보다 풍부히 만들어주는 ‘산업 활성화 도구’죠.”
디센터 유니버시티가 26일부터 사흘간 개최하는 ‘블록체인 앤드 위크, 블록체인과 다른 산업이 만난다면’ 첫날 행사에서 블록체인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한결 같은 의견을 내놨다.
게임산업은 블록체인과 시너지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산업 중 하나다. 기존 게임사들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게임회사의 아이템 관리 및 조작 가능성’을 투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게임사를 거치지 않고 P2P 방식의 게임 아이템, 자산 거래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 앤드 게임’ 행사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은 “산업 초기 단계라 데이터 처리량, UI/UX(User Interface/ User Experience) 등 개선될 부분이 많지만 블록체인과 게임의 시너지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인디 게임 개발사 등 중소기업들이 블록체인을 기회로 삼아 더욱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 초기인 만큼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게임은 기술을 모르는 일반 게임 유저가 해보기엔 많은 장애물이 있다. 길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을 하기 위해서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EOS 기반의 게임의 경우엔 가입만을 위해 1EOS(약 4,500원)라는 자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설령 유저가 가입을 하더라도 프라이빗 키를 잘 보관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탐게임즈가 채택한 것은 필요한 부분만 블록체인으로 커버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중앙화 게임과 블록체인의 속성을 적절히 버무린다는 것. 길 대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이러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운영이 도움된다며 “트랜잭션이 많이 일어날 땐 거래 처리량이 느려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직은 모든 것을 블록체인으로 커버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엄지용 GXC 블록체인 연구소장 “블록체인 게임 활성화 위해선 허들 낮춰야”
일반 게임 유저가 블록체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블록체인 시스템부터 이해해야 한다. ID와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로그인이 되는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블록체인 게임에선 공개키와 개인키, 암호화폐 지갑 사용법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엄지용 연구소장은 “블록체인 게임을 즐기기 위한 기술적 내용은 일반 게이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게임 플레이 도중 반복해서 뜨는 서명 트랜잭션 같은 허들도 게임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고 말했다.
불편하더라도 서명 트랜잭션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높은 보안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엄지용 연구소장은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블록체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EOS 메인넷 창립 블록 프로듀서 ‘이오시스(EOSYS)’의 김홍욱 팀장은 “ICO(암호화폐공개) 붐 이후 산업이 침체기를 겪는 것은 사실”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디앱 시장이고, 그 중에서도 게임 분야가 각광을 받는 만큼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디앱 매출 규모가 2017년 대비 446배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처럼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분명 초기 선점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때문에 대중화되기 전에 (개발자 관점 뿐 아니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서비스의 목적이 돼선 안된다. 블록체인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 프로젝트는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것. 김 팀장은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블록체인은 하나의 수단이어야 한다”며 “게임의 가장 큰 성공 요소인 재미를 먼저 생각한 뒤 블록체인을 접목해야 긍정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오시스는 기존 산업 종사자들이 본인들의 서비스를 보다 쉽게 EOS 블록체인 위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공동 개발 플랫폼 ‘젤리주스(JellyJuice)’를 통해 여러 서비스 개발사와 협력하고 있다.
|
슈퍼트리는 조화로운 블록체인 혁신을 추구하는 업체다. 블록체인 기술 철학과 일반 게이머가 느끼는 사용자 편의가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는 뜻이다. 최성원 슈퍼트리 대표는 “블록체인은 탈중화를 통해 정부가 아닌 일반 사업자가 리워드를 제공한다”며 “이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 철학을 기반으로 게임사들은 어떻게 고객을 유치시킬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트리가 택한 방법은 ‘유저 퍼스트’다. 암호화폐만 사용해 플레이해야 했던 기존의 블록체인 게임과 달리 슈퍼트리는 페이팔(Paypal)과 같은 전통적인 결제수단을 활용했다. 유저가 느낄 수 있는 불편한 허들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것. 최성원 대표는 “크립토커런시를 가지고 있는 유저는 200~300명 중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슈퍼트리는 게이머가 원하는 기능을 전면배치하고 더욱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지기자·조재석기자 yjk@decenter.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