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에 나서는 케이뱅크가 이르면 이달 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코스피 상장을 본격 추진한다. 케이뱅크는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 코스피 입성을 노렸지만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고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과거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와 2026년 상반기 증시에 입성한다는 적격 상장(Q-IPO) 계약을 맺은 만큼 케이뱅크에게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IPO 도전이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산정 등도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다음 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올해 6월 상장 주관사단을 NH투자·삼성증권으로 재정비하고 연내 예심 청구를 노려왔다. 현 규정상 한국거래소가 예심 청구서를 접수한 이후 60일(45영업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고 케이뱅크가 앞서 두 차례 예심을 통과한 것을 고려하면 연내 예심 절차를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예심 청구 시기는 다음주가 유력하고 아직 남아 있는 1~2개의 변수로 이보다 1주일 가량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세 번째 IPO 도전의 관건은 밸류에이션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두 번째 IPO 시도 때 3조 9586억~5조 3억 원의 밸류를 내세웠고 결국 기관 투심을 잡는 데 실패했다. 은행업 특성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밸류 산정에 활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적용한 PBR 배수 2.56배가 비교군(피어 그룹)에 비해 다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피어 그룹에 든 기업은 국내 1위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당시 PBR 1.62배)와 미국 은행 뱅코프(3.11배), 일본 은행 SBI스미신넷뱅크(2.96배)였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로 외국인들의 투심이 급격히 냉랭해진 점도 크게 작용했다.
케이뱅크가 내년 상반기까지 증시 입성을 마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밸류를 다소 낮출 가능성이 있다. 피어 그룹 선정이 유력한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해 중순 3만 원 후반대에서 최근 2만 원 초반대로 하락해 PBR이 1.70배에 그친다. 두 차례 실패 사례를 고려하면 케이뱅크가 이전처럼 PBR 2.5배 수준의 공격적인 밸류 산정에 나서기 어려워 보인다. 케이뱅크는 2021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2026년 7월 이전 상장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다수의 FI에게 자금을 받았다. 상장이 무산되면 FI는 대주주 비씨카드를 상대로 동반매각청구권(드래드얼롱)이나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베인캐피털·MBK파트너스 등 주요 FI와 비씨카드는 가능한 밸류를 높이면서도 IPO를 완주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IPO 때 케이뱅크는 8200만 주를 공모하면서 절반(4100만 주)을 구주 매출로 채웠는데, IPO가 FI의 회수(엑시트) 창구로 쓰인다는 비판을 받으며 투심도 얼어붙었다. 한 FI 관계자는 “주관사단 선정 이후 구주 매출 비중을 낮추거나 공모 규모를 전반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