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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들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투자 유치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브랜드사들이 경영권 매각을 저울질하고 나섰다. 현시점이 가장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비건 화장품 브랜드 ‘딘토’를 운영하는 트렌드메이커가 경영권 매각을 검토 중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2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했으나 최근에는 아예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으로 방향을 틀고 원매자 물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시장에서 매출이 늘고 해외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화장품 그룹들의 관심도 예상된다. 트렌드메이커는 투자 유치보다 매각을 통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킨케어 브랜드 ‘라비앙’을 운영하는 피에스인터내셔널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플루언서 박현선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이 회사는 한때 IPO를 추진하며 소수 지분 투자 유치에 나섰다. 주관사까지 정하고 절차를 밟았지만 최근 일부 원매자가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매각 가능성이 부상했다. 상장에 필요한 시간과 불확실성을 감수하기보다 현시점을 매각 타이밍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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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K뷰티 브랜드사들이 잇달아 매각에 나선 배경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산 화장품을 혁신적이면서도 품질 좋은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비건·클린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대기업들이 한국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뷰티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들고 들어오는 투자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몇 년 사이 K뷰티 M&A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최대 몸값을 실현할 타이밍이 지금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상장사들이 받는 주가수익비율(PER)이 20~30배에 이르고 비상장 브랜드사들도 글로벌 자본의 관심 덕에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몸값이 정점에 있을 때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가능성은 언제든 밸류에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는 않다.
IB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글로벌 인기가 절정에 달한 지금, 매각을 통해 최대 몸값을 실현하려는 기업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투자자의 이해가 맞물리고 있다”며 “결국 K뷰티 업계는 투자 유치 중심에서 M&A 중심으로 무게를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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