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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넥스트]⑩‘일자리 현황판’ 대신 ‘놀자리 현황판’을 만들자

“실업은 산업 붕괴의 징후가 아니라 경제 발전의 신호”

  •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
  • 2019-03-13 08:33:01
[블록체인 넥스트]⑩‘일자리 현황판’ 대신 ‘놀자리 현황판’을 만들자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자리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에 불이 들어왔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일자리가 9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합심한 결과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기준 고용 동향에 의하면 3월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0명 줄었다. 전체 취업자 수는 2,520만 4,000명, 고용률은 53.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실업률도 4.5%로 0.2%포인트 올랐다. 대통령이 터치스크린을 두드리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추세를 설명했다.

패러다임 대전환의 결과였다. 10개월 전, “일자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대통령의 선언이 모든 것을 바꿨다. 선언에 앞서 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일자리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공론화위원회가 열렸다.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가능한가? 일자리를 늘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과 같은 본질적인 질문들이 제기됐다. 무슨 한가한 질문이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왜 일자리(숫자)에 연연해야 하는지 아무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그러해야 한다는 인지편향만 있었다. 다양한 생각을 지닌 시민들이 치열하게 토론을 펼쳐 “일자리 감소는 현실이며 받아들여야 하는 대세”라는 합의에 도달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사람을 대신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감소를 받아들이자는 대타협도 이뤄졌다. 일자리 숫자에 매달리는 국가 정책도 공식 폐기됐다. 이에 반발하는 입장도 있었지만, 정부는 일자리 숫자에 매달려서 미래를 실기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을 바탕으로 시민을 꾸준히 설득하고 기조를 지켜나가기로 했다. 대통령이 브리핑을 계속 이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 목표는 더 이상 없습니다. 실업 문제를 고용으로 풀지 않고 기본배당과 금융 혁신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기술도 있습니다. 건전한 재정 운영과 투명한 집행은 물론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공익성을 띤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투표 시스템을 장착한 블록체인과 AI 등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일자리보다 ‘놀자리’를 만드는 것, 이것에 정책을 더 집중하겠습니다. 놀 줄 아는 사람이 챔피언입니다.”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시대정신이 바뀌고 패러다임이 전환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였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지만 흥미로운 사건이 시작됐다.

[블록체인 넥스트]⑩‘일자리 현황판’ 대신 ‘놀자리 현황판’을 만들자

가상의, 어쩌면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다. 일자리 감소에 벌벌 떠는 것이 한국만 처한 상황은 아니다. 시간을 돌려보면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실업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언은 정치인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랬지만 한국 사회가 지금처럼 일자리에 휘둘린 적은 없었다. 쇼크, 악몽, 한파, 재앙, 참사 등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일자리에 목매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자. 과연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가능한가. 과학기술과 생산기술이 발달하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간 노동(력)은 감소하고 있다.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 현실에서 한 사회가 고용률을 높이거나 더 나아가 완전고용을 목표로 정한다면 기술을 폐기하거나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 혹은 불필요한 일자리를 만들면서 재정을 낭비하는 수밖에 없다.

미래학자 등의 전망을 들지 않아도 세상 변화에 대한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볼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단순히 정부 정책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것도 명백하다. 산업구조가 이전과 달라지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 발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돼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가속화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데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말은 이를 부정하거나 변화에 역행하겠다는 의지(?)다. 그게 아니라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겠다는 무모함이 아닐까.

노동소득에 기반한 삶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새로운 기반을 세워야 할 때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기술이 답을 내도록 요구해야 한다. 기술은 노동을 축소하는 도구이자 생산성을 향상하는 수단이다. 이 과정에서 향상된 생산성이 골고루 퍼져야 한다. 이전에는 소수에게 과실이 집중돼 불평등을 확대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생산성 향상이 가져온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고 배당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소수 자본가만 누려온 자본소득이 보장되는 삶을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해보는 과감한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블록체인 정신은 소수 주주가 아닌 다수 참여자와 커뮤니티 전체가 합의한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 여러 대안 가운데 보스코인이 제안한 새로운 신용창출 수단이자 자본 조달 방식인 퍼블릭 파이낸싱(PF)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PF는 블록체인 위에서 일자리 중심이 아닌 자본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내 자본은 내가 결정한다”는 금융주권의 원리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신뢰 네트워크는 기존 금융 시스템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생각과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능하냐고? 우리는 그런 운영 틀을 제공하고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다. 모든 것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10회에 걸쳐 블록체인이 어떻게 실생활에 스며들고 블록체인에 내재된 철학이 삶에 어떻게 접목되고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지 등을 두서없이 적었다. 블록체인이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열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진짜 어려움은 새로운 생각을 길어내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는 케인즈가 했던 말이다. 사람은 기존 사고 체계를 따르고 회귀하려는 경향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핵심은 낡은 생각을 버리는 것에 있다. 우리는 《사회신용: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의 저자 클리포드 더글러스(Clifford H. Douglas)가 한 주장을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실업은 산업 붕괴의 징후가 아니라 경제 발전의 신호다.” 인류가 지금까지 이룬 성취는 성취가 가시화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꿈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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