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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오겠다던 비트코인이 열 살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암호화폐는 ‘화폐’라는 이름을 달고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텐엑스(TenX), 펀디엑스(PundiX), 와이렉스(Wirex) 등의 암호화폐 결제 프로젝트가 서비스를 시작했고, 정부의 라이선스를 따낸 프로젝트들도 간간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암호화폐 지급결제 사업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경계심이 높고 암호화폐 시장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관심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로 결제를 하겠다는 사람들 역시 급격히 감소했다.
암호화폐 붐과 함께 등장했던 초기 국내 지급결제 업체 ‘코빗페이’, ‘한빗페이’ 등은 일찍이 상용화에 실패하고 철수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의 150여 곳에 비트코인 간편결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던 HTS코인은 1년이 지난 현재 결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HTS 코인을 도입했던 고투몰의 한 점주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 지갑으로 들어오는지 알지도 못한다”며 “처음 교육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제는 찾는 손님들이 없으니 잊은 지 오래”라고 전했다.
국내 900여 개의 가맹점을 모아 실제 거래까지 이끌어 냈던 이더리움 기반의 결제 업체 코인덕의 신민섭 대표는 “결제하면서 길고 복잡한 프라이빗 키를 복사해서 붙여넣어야 하고, 매번 다른 QR코드나 바코드를 생성해야 하니 불편한 것”이라며 “사람들의 관심도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쓰기에 편리하지 않다는 점이 이용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다”고 전했다. 김홍욱 한국블록체인연구회 연구원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비롯한 암호화폐 지급결제 서비스에 대해 “토스와 같이 사용자의 행동 특성을 철저힌 반영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부분의 블록체인 회사들이 탈중앙화와 P2P를 ‘만능키’라고 생각하는데, 서비스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블록체인도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지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고 전했다.
특정한 공간에서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지불결제 모델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론칭한 글로스퍼의 결제플랫폼 하이콘페이는 특정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콘페이는 결제하는 사용자에게 해당 관광지의 호텔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관광지 내 사용처를 개발 중이다. 케이스타그룹의 스타페이 역시 암호화폐 간편결제를 공연장과 티켓팅이라는 제한적 공간과 목적을 위해 활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일반 매장에서는 기존 화폐의 사용이 더 편하니 당연한 것”이라며 “하이콘페이 사용처로는 관광과 관련된 가맹점이 주요 대상이라며, 호텔이나 지역 축제장, 놀이공원의 경우 내부에서 일정한 규칙을 통해 소비가 이뤄지는 특성이 있고, 사전에 예약하는 경우도 많아 암호화폐 사용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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